4일 미국 33개주에서 대통령 선출만큼이나 중요한 이른바 ‘풀뿌리 법안’들에 대한 찬반 투표가 실시됐다.

동성애 결혼, 낙태 등 오랫동안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부터 소수계 우대 정책, 재생에너지, 환경, 마리화나, 암퇘지 보호까지 150여개에 이르는 다양한 법안이 주민들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주민들이 발의한 풀뿌리 법안들의 투표 결과는 미국 지역사회의 가치관 변화를 반영하고, 향후 지역사회의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요 쟁점은 역시 낙태와 동성애 허용 여부다. 콜로라도주는 인간을 ‘태아가 수정됐을 때부터’로 규정하는 안에 찬성할 경우, 낙태가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스다코타주는 강간 또는 근친상간을 당했을 때만 낙태를 허용할지를 놓고 찬반을 물었다. 캘리포니아주는 낙태 수술 48시간 전에 의사가 부모에게 이를 알려야 하는지를 놓고 투표를 진행했다. 플로리다와 애리조나, 캘리포니아주 등에서는 이성 간 결혼만을 인정하는 수정법안이 상정돼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지난 5월 주 대법원이 동성 결혼을 인정해 이미 수천쌍의 동성애자들이 결혼 신고를 한 상태여서, 수정 법안 통과 여부에 전국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콜로라도와 네브래스카주는 소수계 우대 정책 폐지를, 아칸소주 등 8개 주는 장학금 지급을 위해 주 차원의 복권 발행안을 발의해 투표에 부쳤다. 미시간주는 의료 치료 목적으로 마리화나를 합법화해도 좋은지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물었다. 통과될 경우 미시간주는 마리화나 복용을 허용하는 13번째 주가 된다. 매사추세츠주 주민들은 마리화나를 1온스 미만으로 소지할 경우 법적 구속을 받지 않는 안건을 상정했다.

안락사 관련 법안 통과도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주는 6개월~1년의 시한부 인생을 사는 성인들이 의료진에게 죽음에 이르는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밖에 오리건, 캘리포니아주는 12개 법안 중 2개를 공급업자가 재생 가능 에너지를 1% 생산하거나 구입하는 방안과 관련해 투표에 부쳤다. 흥미로운 안건들도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새끼를 밴 암퇘지를 보호하고 식육용으로 사육되는 송아지와 산란용 닭들은 우리 안에 가둬 기르지 못하도록 하는 의안이 올라왔다. 제니 바우저 국가 주 의회 입법부 수석 분석가는 4일 CNN을 통해 “주민발의 투표 결과는 다수의 주민들이 ‘예’라고 투표하면 그대로 장부에 기록되는 법률이 되기 때문에 상당히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