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 W 부시 정부가 임기 만료 3개월을 앞두고 각종 규제완화 법안들을 처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법안 대부분이 산업계에 희소식이 될 탈규제를 내용으로 하고 있으나, 짧은 시간 다량의 탈규제 법안 통과는 차기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1일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부시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새로운 법안은 90여개다. 이 가운데 9개는 매년 1억달러 이상의 사회 경제 손실과 이득을 가져올 수 있는 주요 안건이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근로자들이 가족과 의료 관련 휴가를 쓸 수 있는 법안을 비롯해 부동산 거래 절차 간소화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환경 규제 완화 등 산업계에 큰 이득을 가져올 수 있는 법안들이 중점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국 수산청은 수산업계가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돼 있는 환경 영향 평가서 제출 규정을 없앨 것을 건의해 현재 예산관리처가 검토 중이다. 또 에너지업계의 숙원이었던 발전소의 공해물질 배출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도 거의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부시 행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현재보다 훨씬 공해물질 배출 허용치가 증가할 것으로 알려져 환경보호청(EPA)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막판 법안들 처리가 차기 행정부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1년 1월 부시 집권1기 행정부가 출범했을 당시 관계자들은 전임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임기 막판에 처리한 수많은 법안들을 처리하느라 애를 먹었다. 법안이 법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여론 수렴과 재분석 등의 긴 작업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막판 처리하려는 법안들은 그동안 규제 논란의 핵심 대상이 됐던 것이어서, 차기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