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만든 통신기술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이 국내 가입자 확산이 지지부진한 반면 해외에서는 반응이 뜨거워 대조를 이루고 있다.

KT, SK텔레콤 등 통신업체들이 1조원 이상을 와이브로 설비 투자에 쏟아부었으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부 역시 와이브로 띄우기를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뾰족한 묘책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와이브로란 이동중에도 초고속인터넷을 할 수 있는 서비스로 여기에 인터넷전화(VoIP)를 탑재할 경우 이동통신 대용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지난해 6월 이후 현재까지 7900억원을 와이브로 사업에 투자했지만 9월말 현재 가입자는 18만명에 불과하다. 최근 서울과 일부 경기 지역에서 가능하던 서비스 가능 지역 범위를 경기 전역으로 넓히며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시장의 호응은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다른 와이브로 사업자 SK텔레콤의 경우는 좀 더 심하다. KT 못지 않게 7000억원을 와이브로 사업에 쏟아부었지만 가입자는 고작 3000명.

사업의 의지마저 의심받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SK텔레콤 입장에선 자사의 핵심 사업인 이동통신 사업을 갉아먹을 수도 있는 와이브로에 투자를 꺼리는 건 당연하다. 7000억원의 투자는 정부에 제출한 투자계획에 따라 마지못해 한 것이다. KT 역시 3세대(G) 이동통신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는 KTF 합병을 앞둔 상태에서 와이브로에 대한 기대감을 많이 접었다. 반면 해외에선 와이브로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운섭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부사장은 “국내에선 와이브로 서비스가 부진해 회의론도 있지만 세계적으로는 와이브로 네트워크가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미국 3위의 이동통신업체 스프린트넥스텔은 최근 와이브로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안에서 후발주자인 스프린트넥스텔은 AT&T와이어리스, 버라이즌와이어리스 등 선두업체들과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데이터 전송 속도에서 앞서는 와이브로를 회심의 카드로 내밀었다. 삼성전자는 이 사업에 깊숙히 개입돼 있다. 일본의 UQ커뮤니케이션도 와이브로 전국망을 구축하고 있다. KT는 최근 우즈베키스탄에서 와이브로 서비스를 시작한 바 있다.

유회경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