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해오름 별말 마을을 찾은 날은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부임한 지 정확히 50일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30년 동안을 농협에서 일하면서 자나깨나 “농촌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외치던 저이기에 제가 이끄는 석탄공사가 농촌 마을과 ‘1사 1촌’ 결연을 맺은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두 달 전, 사장으로 취임하고 강원 태백에 있는 장성 탄광을 처음 방문했습니다. 그곳의 절에는 석탄을 캐다가 희생된 1000여 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었습니다. 어느 직업, 어느 직장에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말로만 듣고 TV로만 봤던 막장에 들어갔습니다. 장성 탄광의 막장은 지하 1㎞에 있습니다. 땅속 1㎞가 상상이 되십니까? 그 곳은 에어컨으로 계속 식혀도 28도를 웃도는 찜통입니다.

제가 그곳에 들어갔을 때는 석탄을 캐기 위해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린 직후였습니다. 꽉 막힌 좁은 굴속에 석탄가루가 안개처럼 가득했습니다. 땀에 범벅이 되고 얼굴은 석탄가루로 시커멓게 된 생산직 사원들이 그 상황에서도 저를 보고 수줍은 듯 웃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땡볕에 그을린 얼굴로 땀 흘려 일하던 농민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땅을 파며 성실하게 살아간다는 공통점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이장님, 농사일이 힘드실 때는 탄광의 막장을 잠시 떠올려 보는 게 어떨까요. 그곳엔 창문도 없고 하늘도 물론 보이지 않습니다. 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일하는 도중에는 담배도 술도 절대 허용되지 않습니다. 그것에 비하면 눈부신 태양 아래, 맑은 공기를 흠뻑 마시며 싱싱한 먹을거리에 때로는 막걸리 한잔으로 피로를 달랠 수 있는 농사일은 어쩌면 ‘낭만’일 수도 있습니다. 석탄산업이나 농업이나 어렵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 어려운 둘이 손을 마주 잡았습니다. 자매가 되었습니다.

힘겹고 어려울수록 서로 돕고 위로하며 희망을 일궈가는 의좋은 자매가 됩시다. 그것이 진정한 상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From 조관일 대한석탄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