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선거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린 이후 공직선거법 및 국민투표법 개정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다.

정치권도 재외동포에게 참정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수년간 주장해 온 한나라당에서부터 민주당 등 야당까지 재정 입법안 마련에 분주하다. 이는 재외동포에게 선거권이 주어질 경우 새로 유권자로 편입될 만 19세 이상 재외국민의 수가 대략 210만명을 넘어선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2002년 대선과 1997년 대선에서 당선자와 차점자의 표차는 각각 57만여표와 39만여표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볼 때, 210만명은 대선의 당락을 결정하고도 남을 수치다.

장윤석 한나라당 제1정조위원장은 2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헌재 판결에 따라 국회는 올해 말까지 관련법 개정을 마칠 책임이 있다”며 “조만간 여야 원내대표단이 만나 정치관계법 특위를 구성해 선관위 개정의견과 각계 여론을 수렴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꼭 처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또 여야간 논란이 있는 참정권의 범위와 관련해서는 “헌재 판결의 취지가 납세나 거주여부에 관계없이 참정권을 줘야 한다는 것인 만큼 단기체류자뿐 아니라 장기체류자에게도 참정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윤근 민주당 제1정조위원장도 “12월말까지 가능하면 개정안을 마련하되 각계 여론을 종합해 신중하게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헌재가 개정 입법 시한을 올해 12월31일로 정함에 따라 국회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마련해야 하며, 그 때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2009년부터 관련 법률은 효력을 잃게 된다. 올 연말까지 법이 개정되면 바뀐 법률은 2010년 지방선거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헌재가 지방선거에 미치는 이번 결정의 효력 범위를 ‘국내 거주 재외국민’으로 한정함에 따라 지방선거의 경우에는 적용 대상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새 법률이 재외국민 전체로 확대 시행되는 시점은 2012년에 치러질 대선과 총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은정기자 ejsh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