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고객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니즈를 알아야 하는데, 실상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모를 때가 많다.

누구나 그렇지만 고객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특히 복잡한 자신의 마음을, 때로는 퇴폐적이고 관능적인 걸 좋아하는 진짜 마음을 숨긴 채 이성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행동할 때는 더욱 그렇다.

1989년 창간된 여성월간지 ‘마리안느’의 실패가 대표적인 예이다. ‘마리안느’는 창간 전에 철저한 시장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 주부들이 낯 뜨거운 섹스 이야기나 루머 일색의 기존 잡지들에 식상해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유익한 정보만을 담은 잡지가 나온다면 무려 응답자의 95% 이상이 구독하겠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에 고무된 이 잡지는 고객의 니즈에 맞게 무섹스, 무루머, 무스캔들을 표방하는 명품여성월간지를 출간하였다. 하지만 창간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독자들의 외면 속에 부도를 내고 말았다. 이런 결과를 초래한 건 고객의 숨겨진 진짜 마음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사에 응했던 응답자들은 이성적으로 대답했지만 정작 저속한(?)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마음은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1999년 철수한 L사의 야채과일 전용세제 역시 마찬가지이다. 소비자 조사 결과 무려 98%의 소비자들이 거품도 많이 나고 해로울 것 같은 기존의 주방세제로는 야채나 과일을 씻을 수 없기에 농약성분 등이 걱정되긴 하지만 할 수 없이 물로만 씻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래서 L사는 먹어도 괜찮을 정도로 안전하면서도 농약성분을 제거할 수 있는 야채과일 전용세제를 출시할 계획을 세웠다. 컨셉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무려 89%가 긍정적인 의사를 보였으며, 85%는 구입하겠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에 고무된 L사는 야채과일 전용세제를 야심차게 출시하였지만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다 몇 개월 못가 시장에서 철수하고야 말았다. 조사 시에는 85%가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는데 왜 실제로 구매로는 이어지지 않았던 것일까? 이성적으로는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실상은 늘 물로 씻던 습관을 고치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렇듯 과학적 조사가 객관적인 결론을 낳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잘트먼 교수가 ‘말로 표현되는 니즈는 5%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듯이 조사로는 알 수 없는 니즈들이 더욱 많다. 그러다 보니 고객의 진짜 마음, 숨겨진 잠재 니즈를 파악하는 것이야말로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고객의 숨겨진 진짜 마음을 알기 위해선 고객의 심리를 꿰뚫어볼 수 있는 마케팅 통찰력과 알아내고야 말겠다는 끈질긴 의지가 중요하다. 고객을 대표할만한 인물을 심층 인터뷰하거나 집중 관찰하는 등 고객의 숨겨진 니즈를 찾으려는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그런 정성이 결국 고객 만족으로 이어져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

이는 사업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내 남편이나 내 아내, 내 연인에게 다가가고 싶다면 똑같이 접근해보기 바란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진짜 속마음을 찾으려는 노력과 정성이야말로 상대를 위할 줄 아는 진정한 반려자로 거듭나게 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