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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포효하지 않고 어둠 속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듯할까? 미스터 쓴소리라는 닉네임의 현역 7선 국회의원 조순형. 그가 침묵하고 있는 건 기이하다. 대통령 이명박 당선 이후 지금까지 무려 9개월 간 옳다, 그르다 말하지 않고 입 다물고 있다. 조순형의 멋과 맛은? 좌파 정권 10년의 국가적 일탈에 맞서, 파닥파닥 역류하는 연어의 짜릿짜릿한 몸짓처럼 그의 저돌적인 충언들은 권력에 겁 먹은 정치평론가들까지 애국심으로 재무장하게 했다.

천주교 원로 정의채 몬시뇰처럼, 권력의 등골을 오싹오싹하게 만들었던 직설들은 영혼이 부패해 몸사리는 초선 의원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런 그가 위중한 시국 앞에서 계속 침묵하고 있다. 촛불시위 내내, 삼복더위에 잘 냉장시킨 사이다, 맥주 한잔처럼 가슴 속을 후련하게 적시는 그의 고언을 기대했지만 침묵했다. 국회가 3개월이나 문 닫고 있을 때도 그는 다른 의원들 속에 섞여 세금받아 갔다. 3개월치나.

조순형의 말들은 양심에 기초했기 때문에 국민의 마음을 울렸다. 그래서 자유선진당으로 이적할 때도 철새라는 낙인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그에 대한 인간적 미련 때문에. 예 하나만 들어보자. 노무현 정권의 열린우리당은 2006년 11월이 되자 신당 창당 작업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국민의 눈과 귀를 속여 정권 재창출을 하기 위해. 11월8일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김한길이 본회의 연설에서 “열린우리당 창당은 정치실험이었고, 또 한번 다시 시작하는 아침이 필요하다”고 선언한다. 다음날 조순형의 대정부 질문. 재록해보자. “다시 시작한다? 좋습니다.

시작하십시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나라에서 시작해주시기 바랍니다.” 얼마나 시원했던가?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고 대선에서 이기기 어려워졌다고 해서 모든 책임을 노 대통령에게 돌리고 당 간판 내리고 신당 창당한다? 이거야말로 무책임, 무원칙, 무소신이오!” 열린우리당이 신장개업한다고 내건 깃대가 꺾이는 순간이었다.

왜 이명박 정권 앞에서 침묵하는가? 양심의 변화인가, ‘내가 또 그악스럽게 싸워야 하는가’ 하는 인간적 회의 때문인가? 자유선진당 내에서의 역학관계 때문? 어느 경우든 금배지 달고 입다문 조순형은 조순형이 아니다. 차라리 의원직 던지고 초야로 가는 게 더 멋진 조순형 아닌가?

[[윤창중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