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진=김동훈기자

촛불 시위에 막혀 주춤하던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이 빠른 속도로 가시화하고 있다. 고교 선택제, 교원단체 가입자 현황과 학생들의 학력 등 학교 정보 공개, 사립학교법과 평준화 개폐 논란, 교원평가제 실시, 국제중 설립….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서울시교육청 등에서 쏟아진 뉴스는 제목만 나열하기에도 숨이 찰 지경이다. 이같은 교육계의 요동과 변화를 교육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이들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8월 한국교육개발원을 ‘교육개혁의 파워 플랜트, 아이디어 뱅크’로 자리매김하겠다며 원장에 취임했던 진동섭(56)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은 18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학교의 유형과 교육과정이 다양화하고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학교가 운에 따라 가는 로또 복권식이 아닌 이상, 학교 정보 또한 교육 수요자에게 가능한 한 많이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민의 기본적인 자질을 교육시키는 의무 교육 단계에서는 학교 선택권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직업교육 전단계인 고교생들까지 학교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할 수 있는 한 다양하고 풍성한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교육 수요자에게 학교와 관련한 각종 정보를 많이 제공해 판단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게 해야지요.”

하지만 문제는 수월성과 다양성을 위해 마련한 각종 교육과정이 대학입시라는 블랙홀로 획일화한 채 수렴된다는 것. 이에 대해 진 원장은 “이는 사후 관리의 문제이지 다양성 자체를 포기해야 할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외국어고 출신의 과반수가 비어문계열로 진학하는 문제는 관리감독의 문제이지 외국어고 개폐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대학 입시 과열에 대한 대책은 비단 교육뿐 아니라 우리의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과 관련한 복합적인 문제로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립학교법에 대해서도 진 원장은 “교육의 공공성 못지않게 사학의 설립목적과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학교의 다양성, 사학의 자율성과 관련해 그는 특히 자립형 사립고를 주목했다. 자사고야말로 교육 과정, 학생 선발 등 여러 분야에서 교육 개혁의 단초일 수 있다는 것이다.

19일로 원장 취임 한달을 맞는 교육개발원의 정체성과 관련, 진 원장은 국민의 합의에 기초해 이뤄지는 교육계의 변화에 타당한 대안, 또는 문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개발원의 과제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개발원이 ‘교육개혁의 파워플랜트, 아이디어 뱅크’가 되겠다고 한 것도 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연구결과, 통계 등을 마련해 두고 교육수요자들이 활용할 수 있게 하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가의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교육 어젠다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교육개발원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또 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기초 통계를 생산하고 비축해 증거에 입각한 교육 연구와 교육 방향 설정을 도와야지요. 최근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교육의 각종 노하우를 지구촌에 전파하는 것도 교육개발원이 해야 할 일입니다.”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한 진 원장은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뒤 1989년부터 원장에 취임하기까지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김종락기자 jr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