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동수(오른쪽 두번째) 기획재정부 1차관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긴급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곽성호기자

정부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신청 등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단기적인 투자심리 위축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리먼브러더스은행 서울지점 및 리먼브러더스증권 서울지점에 대해 영업 일부 정지 조치를 취했다.

정부는 16일 오전 8시 서울 서초구 반포동 팔레스호텔에서 김동수 기획재정부 1차관과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 이승일 한국은행 부총재, 김동연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미국 금융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 차관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보호 신청과 메릴린치의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로의 매각,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의 구제금융 신청 등 미국 금융시장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태가 단기적으로 전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국제 금융시장에 팽배한 불안전성을 보다 빨리 제거함으로써 국제 신용경색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역시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금융시장의 심리적 동요를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미국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인한 국내시장의 직접적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는 심리인데 시장 참여자들이 과거와 달리 성숙해진 만큼 불필요한 심리적 동요를 차단한다면 국내 금융시장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절차 돌입에 따라 금융감독당국을 통해 국내 투자자 및 금융회사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진행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7시30분 회의를 열고, 리먼브러더스은행 서울지점 및 리먼브러더스증권 서울지점에 대해 영업 일부 정지 조치를 취했다.

정부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메릴린치의 매각이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국내 금융회사의 리먼브러더스 투자 규모는 7억2000만달러로 이를 포함한 국내 금융사의 해외자산이 전체 보유자산의 3%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회사의 메릴린치 관련 투자액(7억2000만달러)의 경우 합병주체인 BOA가 채무를 승계해 피해 가능성이 최소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미국 AIG가 최악의 경우를 맞더라도 국내 영업중인 AIG의 경우 지급여력비율이 100%를 크게 웃돌아 보험계약자 보호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앞으로 금융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외화유동성 공급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수진기자 lul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