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원들의 연봉인 의정비 과다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1998년부터 만 10년이상 의정비와 활동수당 전액(약 2억원)을 이웃돕기에 기부한 지방의원이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서울 중구의회 김수안(60) 의원. 김 의원은 구의원에 당선된 1998년부터 받은 각종 수당과 의정비를 한 푼도 쓰지 않고 저축했다가 소외계층을 돕는 데 사용했다.

김 의원은 12일 선행의 배경을 묻자 “선거 당시 제가 지역주민들에게 두가지 공약을 했습니다. 의정활동비를 한 푼도 개인용도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과 주민 혈세로 해외시찰을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이를 지켰을 뿐”이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김 의원은 수당 전액을 적금을 들어 처음에는 홀몸노인(독거노인)들의 병원비와 소년소녀 가장들의 학비를 지원했다. 이어 2006년부터는 매년 이웃돕기 사회복지안전망인 중구의 ‘행복 더하기’사업을 통해 관내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을 전달하고 있다.

또 지난 1월부터는 소외계층 13명에게 매달 65만원씩 정기 후원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국제아동권리기관인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을 통해 매달 10만원씩 세계의 빈곤 어린이들을 돕고 있다.

김 의원이 이렇게 주변의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눈을 돌린 것은 과거 본인도 찢어지게 가난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중구 인현동 인현시장(현재 진양상가)에서 배추장사를 시작으로 안해 본 것이 없습니다. 하루 한끼 식사는 감사했고, 20일 가까이 굶은 적도 있을 정도로 가난했어요.”

김 의원은 단지 ‘먹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 군에 입대해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파월수당을 모으니 30만원이 되더군요. 이를 밑천으로 필동 대한극장 옆에서 풍선가게를 시작했어요. 40여년 한우물만 파다보니 돈이 꽤 모이더라고요.”

그는 의정비 이외에도 평생 꼼꼼히 모았던 사재 5억여원을 털어 소외된 이웃들을 돕는 데 사용했다. 특히 노인들을 보살피는 데 앞장섰다.

중구의 노인 인구는 종로구와 함께 서울에서 가장 많다. 그는 의원직을 마치면 복지재단을 만드는 게 꿈이다. “잘 운영되고 있는 복지재단 몇 곳을 살펴보니 재단 통장에 남모르게 입금하는 사람들이 몇백명씩 있더라고요. 남모르게 어려운 이들을 돕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줄은 몰랐어요.”

주민 세금이 아깝다고 10년 동안 해외시찰 한 번 가지 않은 김 의원은 재활용품 분리수거 운동도 벌이고 있다. “필동에서만 매년 분리수거사업으로 1억원 정도를 모읍니다. 서울역앞 양동(현재 남대문5가) 쪽방촌 등을 돕지요. 쪽방촌에는 아직도 700여명이 고단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한평수기자 psh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