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애인 육상의 대표 아이콘 홍석만(33·제주도장애인체육회)은 모델 뺨치는 수려한 외모에 근육질 신체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여기에다 세계정상급의 실력까지 갖춰 장애인올림픽 때마다 세계인의 이목을 한몸에 받고 있다.

홍석만이 2008베이징 장애인올림픽 엿새째 육상 400m T53(트랙에서 휠체어를 타고 하는 종목)에서 47초67의 세계신기록으로 한국 선수단에 육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2004년 아테네대회에서 ‘깜짝’ 2관왕을 달성해 장애 육상계를 놀라게 한 홍석만은 이로써 한국이 자랑할 세계적 육상선수임을 입증했다.

홍석만은 3세 때 소아마비를 앓으면서 두 다리를 못쓰게 됐다. 하지만 홍석만은 어렸을 때부터도 ‘휠체어 생활’에 구속되려 하지 않았다. 휠체어를 타고 여러가지 운동을 했다. 홍석만이 정식으로 휠체어육상에 입문한 것은 1995년. 제주산업정보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이던 그는 당시 한 장애인마라톤 대회에 재미삼아 참가하면서 ‘운동선수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고 같은해 열린 대구휠체어마라톤 부문에서 ‘덜컥’우승하면서 인생의 방향이 결정됐다.

1996년에 레이싱휠체어를 접하고 ‘속도’를 맛본 뒤에는 더욱 더 휠체어육상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국제대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2002년 부산 아태장애인경기대회에서 200ｍ와 400ｍ를 우승한 것이 유일한 국제대회 입상경력.

하지만 아테네 대회를 앞두고 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혹독한 강훈을 했고 그 결과로 100ｍ와 200ｍ우승 등 2관왕을 달성했다.

홍석만에게 휠체어육상은 늘 새로운 인생을 만나게 해주는 메신저다. 휠체어육상이 가져다준 무엇보다 큰 선물은 바로 가족. 지난 2005년 8월 결혼식을 올린 홍석만의 부인 이데 에스코(35)씨는 일본인이다. 두 사람은 1998년 일본 오이타(大分)에서 열린 장애인마라톤대회에서 선수와 자원봉사자로 처음 만났다. 두 사람 사이에는 벌써 두 자녀가 있다. 큰 아들은 닷새후면 4번째 생일을 맞는다. 홍석만은 “아이에게 좋은선물을 금메달로 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돼 너무 기쁘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김윤림기자 best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