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집 전화번호를 그대로 인터넷전화(VoIP)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번호이동제’를 내달부터 시행키로 함에 따라 업체간 가입자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터넷 전화의 번호이동제에 총력을 기울여온 LG데이콤과 최근 본격적으로 인터넷 전화 시장에 뛰어든 하나로텔레콤은 방통위의 이같은 방침에 반색하며 마케팅 전략을 새롭게 짜는 등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반면 KT는 이번 조치로 가입자 대거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등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방통위는 이달중 긴급전화 서비스 문제를 모두 마무리하고 고시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다음달 초부터 번호이동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인터넷전화의 장점은 역시 저렴한 요금이다. 시내통화요금은 분당 38원으로 기존 유선전화(39원)와 큰 차이가 없지만 시외통화 요금이 시내와 같고 국제전화 요금 역시 분당 50원 안팎이어서 요금 절감효과가 크다.

게다가 기본요금도 5000원(유선전화) 대 2000원(인터넷전화)으로 저렴하다. 하나로텔레콤의 경우 초고속인터넷과 묶으면 이마저도 면제하는 특혜를 제공한다. 다만 문제는 품질. 지속적인 기술 발달로 과거 통화중 끊김 현상이 상당부분 개선됐다고 하지만 소비자들의 품질 불만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119 등 긴급번호 자동 위치 추적도 이달안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LG데이콤과 하나로텔레콤은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의 도입이 기업 성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회사는 아날로그 음성신호를 디지털 신호로 전환해 주는 어댑터를 설치해 초고속 인터넷망을 통해 비싼 인터넷전화기를 구매하지 않고도 기존 전화기로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도 모두 구축해 놓은 상태다.

LG데이콤 관계자는 “긴급전화 서비스에 대한 테스트를 이번 주중 마무리하고 다음달초부터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갈 예정”이다.

반면 지난 7월말 현재 2300만명의 유선 가입자중 2070만명을 독점하고 있는 KT의 경우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 도입으로 유선전화 사업이 위기를 맞게 됐다.

KT는 일단 유선전화 가입자들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한편 결합상품 마케팅으로 고객들을 묶어놓는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향후 유선전화의 인터넷전화 전환 추이를 지켜보면서 ‘사업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유회경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