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사가 새 실험기에 들어서고 있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의 28일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은 미국민의 11·4 선택이 어떻게 기울든 그 자체로 이미 미 정치사의 새 장(章)이다.

우리는 오바마 후보의 수락연설이 ‘케냐에서 온 젊은이와 캔자스주 출신 젊은 여성의 아들’이라는 새삼스러운 소개에서 시작해 “열심히 일하고 희생하면 모두 꿈을 이룰 수 있고, 다음 세대도 그들의 꿈을 추구할 수 있는 미국의 약속, (1776년 독립 이래) 232년의 그 약속이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이젠 워싱턴 정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한 대목을 주목한다. 오바마 후보가 민주당을 ‘루스벨트 대통령의 정당, 케네디 대통령의 정당’이라고 부른 점, 나아가 후보수락연설일이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명연설 ‘나는 꿈이 있다’의 45주년이고 또 올해가 1863.1.1 노예해방으로부터 145년이라는 사실 또한 세계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미국의 28일이 ‘오바마 날’이었듯, 내주 9월4일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날로 다가온다. 미 제44대 대통령직을 건 사상 첫 흑백 대결로 2개월여 세계의 관심이 나날이 높아갈 것임은 물론이다.

우리는 연초 1·3 아이오와 코커스 이래 미 대선이 한국과의 정치·경제 현안, 그 중에서도 북한 핵문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미칠 파장을 주시해왔다. 북핵에 대해 매케인 후보는 부시 행정부의 전례를 좇을 것이라고 공언해왔으며, 민주당도 전당대회 첫날 25일 정강정책의 독립 항목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적시해 근거리로 수렴됐다. 한·미 FTA는 아직 편차가 크다. 공화당 정강정책은 ‘의회의 즉각 토론·표결’을 명시했지만 오바마 후보는 ‘결함’을 지적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민에게 새 일자리 2300만개를 강조해온 만큼 대통령직을 인수하게 된다면 역시 국익을 앞세우리라는 것이 우리의 기대섞인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