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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나 만나’. 한글학회가 2002년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 이름으로 가려 뽑은 경남 진주시의 한 대중 음식점 이름이다. 이 지역에서 정말이란 뜻으로 쓰는 ‘에나’와 맛나·만나다·맞다에서 따온 ‘만나’를 합쳐서 지었다고 한다. 이 밖에도 한글학회가 2001년부터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 이름으로 뽑아 기린 가게는 많다. ‘비둘기 둥지, 들뫼바다, 맑은 바닷가의 나루터, 섬마을 밀밭집, 주거니 받거니, 씨앗을 뿌리는 사람’도 ‘보람(현판)’을 선물로 받은 이름이다. 이들 상호를 보면 눈과 귀가 절로 부드러워진다.

간판을 보자마자 웃음부터 나오는 이름도 있다. ‘까끌래 뽀끌래, 머리할 때 됐다, 미쳐버린 파닭, 닭이 냄비에 빠진 날, 태풍은 불어도 철가방은 간다’가 그것이다. 장난스럽기까지 하다. 지난 4~14일 대전의 한 생활정보 기업이 조사한 ‘웃음이 나오는 가게 이름’들이다. 으랏차 의원(병원), 응원사(사찰), 오늘을 쏜다(호프집)처럼 ‘올림픽을 연상시키는 가게 이름’도 있다. 그 뜻을 생각할 필요도 없으니 상호를 보는 순간 눈가에 웃음이 번질 수밖에.

그렇다고 모든 가게 이름이 아름답고 웃음을 주는 건 아니다. 번화가일수록 그런 이름은 드물다. 아니 찾아보기가 너무 어렵다. 길거리의 간판들을 보면 때로는 어리둥절해지고, 또 더러는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이유다. 한글을 보일락말락하게 표기하거나 아예 알파벳이나 일어·한자로만 표기한 곳이 훨씬 더 많다. 대도시일수록 길거리 가게 이름은 현란하고, 읽기도 어려울 뿐더러 그 뜻은 알지도 못할 지경이다.

동아시아의 몇몇 나라 버스는 종종 한국인 관광객의 실소를 피워내곤 한다. 한글이 거꾸로 적힌 버스 때문이다. 그 차에는 한국의 버스 회사 이름과 노선 번호, 행선지 등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글자야 거꾸로 되든 말든, 한국산임을 보여주는 한글 안내판을 꽂고 다니는 바람에 나타나는 모습이다. 여기서는 한글이 나라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다. 가게 이름표인 간판도 마찬가지다. 최근 방한했던 중국 장쑤(江蘇)성 양저우(揚州)대학의 한국어학과장 문영자 교수는 “정작 한국에서는 한글이 영어보다 홀대를 당하는가 하면 외래어들에 점차 자리를 내주고 있는데도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다”고 개탄했다.

나라 안팎의 우리말 사랑 온도차를 실감한다.

[[황성규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