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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부터 직장인까지 가리지 않는 ‘영어 말하기 열풍’이 ‘외친(외국인 친구) 사귀기’쪽으로 번지면서 돈을 주고 외국인 친구를 사귀는 식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사설 어학원들이 10만원 안팎의 돈을 받고 외국인 친구를 소개시켜주는가 하면 사설 브로커까지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목적의식적인 외국인 사귀기는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않고, 자칫 한국인의 이미지까지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브로커까지 등장한 ‘외친 열풍’ = 대학생 A(여·23)씨는 지난 6월 서울 B어학원에 소개료 13만원을 지불하고 동갑내기 캐나다인 C씨를 만났다. A씨는 “한 번 소개받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찮고 기껏 돈 들여 만났는데 마음이 맞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됐는데 다행히 두 달 가까이 교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휴학생 D(20)씨도 최근 5만원을 주고 동갑내기 일본인 친구를 소개받았다. D씨는 “해외로 나가 본 적은 없지만, 국내에서 파티 등을 통해 만난 외국인 친구만 벌써 7명”이라고 말했다. 이들처럼 어학원에 알선료를 주고 ‘외친’을 소개받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B어학원 관계자는 “외국인 친구를 소개해 달라는 문의가 한달에 20여건씩 들어온다”며 “소개료는 언어와 국가 등에 따라 7만~13만원까지 차별화돼 있다”고 전했다.

돈을 주고라도 ‘외친 사귀기’에 나서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는 외국어 말하기 능력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겨지는 사회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외국인 친구는 든든한 개인교사이자 자랑거리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외친 열풍’에 개인 브로커까지 등장하고 있다. 회사원 E(32)씨는 “친구 소개로 이태원 바에서 만난 한 중년 남성은 건당 2만~3만원의 중개료를 받고 한국인과 외국인의 연락처를 받아 서로 소개해 주는 일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들을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자녀들과 짝지어주기 위해 경비를 대 가면서 시내 곳곳을 구경시켜 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높아지는 우려 목소리 = 이같은 세태를 지켜보는 전문가들은 걱정하는 시각이 역력하다. 현택수(사회학) 고려대 교수는 “영어를 배우겠다는 목적으로 친구를 사귄다면, 그건 교류라기보다는 비즈니스에 가깝다”며 “인격이 형성되는 단계의 젊은이들이 그런 목적의식으로 친구를 만난다면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데 애를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외국인들도 한국인이 영어 때문에 접근했다고 알게 되면 대단히 실망할 것”이라며 “자칫 한국인에 대한 외국인의 인식이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광영(사회학) 중앙대 교수도 “특히 영어권 외국인에 대한 언어적·문화적 수요가 높은 상황에선 오히려 ‘문화적 다양성’이 아닌 ‘문화적 편향성’을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민진·임정환기자 wayto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