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국민대책회의’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서울 광화문 일대 상인들의 개인정보를 인터넷에 퍼뜨린 네티즌 9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또 상인들을 상대로 협박전화를 건 7명의 전화번호를 확인, 이들을 추적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13일 촛불시위 피해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한 상인 명단을 공개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법 위반)로 네티즌 9명을 검거, 이 중 김모(여·37·경기 고양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달 29~30일 인터넷포털 다음의 토론게시판 ‘아고라’ 등에 소송 참가 상인들의 이름과 상호,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올려 상인들이 집단적인 협박전화를 받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홈페이지를 보면 소송에 참여한 쓰레기들의 명단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가게를 옮기더라도 끝까지 추적해서 응징해야 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상인들의 개인정보를 다른 인터넷사이트에도 공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9명은 모두 회사원이거나 무직자로 학생은 없었으며, 특정 단체에 소속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씨 등의 행위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법’상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와 함께 인터넷에서 확인한 개인정보를 이용해 상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왜 소송을 하느냐, 망하게 해주겠다’, ‘불을 질러 버리겠다’는 식으로 협박을 가한 7명의 전화번호를 확인해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상인들의 통화 내역을 분석해 여러 상점에 전화를 건 전화번호 7개를 밝혀냈다”면서 “혐의가 구체적으로 밝혀지면 출석 요구서를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협박전화를 건 사람이 워낙 많기 때문에, 개인정보 공개 건과 달리 피의자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앞으로도 인터넷의 익명성을 악용하는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같은 사이버 테러 행위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 엄중 처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지난달 17일 광화문 상인 115명이 자신들과 국가 등을 상대로 17억25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자, 상인 명단이 포함된 소장을 홈페이지에 올린 바 있다. 이후 비판 여론이 일며 소장은 하루 만에 삭제됐지만, 이미 여러 인터넷사이트로 유포된 상태여서 해당 상인들은 항의전화와 협박전화에 시달렸다.

홍주의기자 impr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