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워터큐브에서는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민이 가장 관심을 갖는 박태환(19·단국대)의 ‘위대한 도전’이 시작된다. 한국 수영사상, 아니 아시아 수영 사상 자유형에서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노리는 박태환은 9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주종목인 자유형 400m 예선 레이스를 펼치고 10일 오전 11시21분 대망의 금메달에 도전하게 된다.

8일 발표된 예선 스타트 리스트에 따르면 박태환은 전체 5개 조 가운데 3조 4번 레인에 배정됐다. 스타트 리스트는 올해 세계랭킹에 따라 정해졌는데 랭킹 1위 그랜트 해켓(호주)이 가장 마지막에 경기를 치르는 5조의 4번 레인, 랭킹 2위 라슨 젠슨(미국)이 4조 4번 레인에서 뛰게 됐고 랭킹 3위 박태환이 3조에 들어갔다. 다음 순위부터는 다시 5조로 올라가 5번 레인에서 뛰게 된다. 즉 4위 피터 밴더케이(미국)가 해켓의 바로 옆인 5조 5번 레인에서 경쟁하게 되며, 우사마 멜룰리(튀니지)가 4조 5번 레인을 받았다.

예선에서 박태환의 옆에서 뛰는 선수는 장린(중국). 장린은 올림픽 출전 선수 가운데 올해 랭킹 6위다. 한때 아시아권 라이벌이었던 장린은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에게 3관왕을 내주며 뒤로 밀렸고, 2007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에서는 예선 통과에 실패, 박태환이 자유형 400m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풀 사이드에서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장린은 올림픽을 앞두고 기량이 급성장했다. 해켓의 스승이었던 데니스 코터렐을 코치로 영입해 호주에서 전지훈련을 해왔고 기록단축을 거듭하더니 지난 3월에는 박태환의 최고기록 3분43초59에 약 1초 뒤진 3분44초97을 마크하고 있다. 박태환이 예선에서 탈락할 가능성은 없지만 예선 기록에 따라 결승 레인을 배정받기 때문에 예선 종합 3위 이내의 기록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물살의 영향을 덜 받는 3~5번 레인을 차지할 수 있다.

노민상 감독은 “예선부터 너무 치고 나가면 전술을 들킬 염려가 있는 데다 결승을 치르는 데 몸에 무리가 생길 수도 있다. 좀 더 연구를 해봐야 하겠지만 3분42초대에서 43초대 기록이면 무난히 상위권으로 결승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 감독의 이 말은 박태환이 훈련 중 이미 자신의 최고기록을 경신했다는 의미로 받아 들일 수 있다. 결승에서 박태환의 라이벌은 박보다 올 시즌 기록이 앞서는 그랜트 해켓(3분43초15)이나 라슨 젠슨(3분43초53)뿐만이 아니다. 이들 말고도 경계해야 할 선수는 피터 밴더케이와 우사마 멜룰리다. 작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박태환보다 2초 이상 뒤지며 6위에 머물렀던 밴더케이는 지난달 미국 대표선발전에서 3분43초73을 찍으며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특히 전문가들은 밴더케이가 1500m에서 14분45초54로 시즌 1위에 올라 있는 등 매우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고 이는 400m에 충분한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절대 방심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멜룰리는 작년 세계선수권 자유형 800m에서 우승했고, 자유형 400m에서는 박태환에 이어 2위에 오른 강자. 튀니지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훈련을 하는 멜룰리는 세계선수권 출전 직전 시험 기간에 각성제를 복용했다가 도핑 검사에서 적발되며 메달을 모두 박탈당했고, 1년6개월간 국제대회 출전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번 올림픽이 선수 자격을 되찾은 뒤 처음 출전하는 대회. 멜룰리는 지난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자넷 에번스 초청대회’ 자유형 400m에서 3분44초79를 기록한 바 있다. 이 밖에 3분45초10이 최고기록인 러시아의 유리 프릴루코프도 무시할 수 없는 복병으로 꼽힌다.

이동윤기자 dy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