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로스앤젤레스올림픽 여자양궁 개인전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는 ‘1세대 신궁’ 김진호였다. 당시는 더블라운드로 진행됐기 때문에 이변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금메달의 주인은 국제대회 경험이 처음인 서향순이었다. 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도 조윤정이 우승후보 김수녕을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양궁은 고도의 심리적 요인이 변수로 작용한다. 더구나 녹아웃 시스템으로 진화한 경기방식 때문에 심리적 요인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따라서 베이징올림픽 양궁에서도 이변 가능은 높다.

여자 개인전 우승후보는 에이스 박성현(25·전북도청)과 월드컵 2관왕 윤옥희(23·예천군청)가 꼽힌다. 그러나 주현정(26·현대모비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자대표팀중 가장 나이가 많은 주현정은 24년 전의 서향순처럼 국제대회 우승 경험이 한 번도 없다. 장기간에 걸친 대표선발전 배점이 박성현과 윤옥희가 각각 36, 34점이었던 것에 비해 겨우 20점에 그쳤다. 그러니 메달유망주로 꼽히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열린 공개 실전훈련에서 주현정은 결승에서 박성현을 꺾고 올라온 윤옥희를 슛오프 끝에 9-8로 누르고 우승했다. 그날 결과는 그동안의 실적 누계와는 정반대로 나왔다. 주현정의 장점은 낙천적 성격. 대표팀에 들어오기 전 실력은 한 수 아래임이 분명했으나 선발전을 치르면서 무섭게 성장했다.

남자 양궁 역시 이창환(26·두산중공업)은 임동현(22·한체대), 박경모(32·계양구청)에 비해 주목도가 낮았다. 대표평가전 배점도 둘은 30점대인 반면 이창환은 딱 20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창환은 마지막 실전훈련에서 다른 면모를 모였다. 단체전 연습경기에서 그는 8발중 단 한발만을 9점에 쐈을 뿐, 나머지는 모두 10점에 꽂았다. 주현정과 이창환은 체육과학연구원의 양궁담당 김병현 연구원의 심리상담 이후 에이스급을 능가하는 향상을 보였다. 심한 압박감 속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이들 2인자를 주목해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양궁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에서도 2인자들이 금메달의 주역으로 둔갑할 가능성은 많다. 배드민턴 남자단식의 박성환(강남구청)은 에이스 이현일(김천시청)보다 대진운이 좋아 금메달을 노릴 만하다. 박성환은 16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린단(중국)과 맞붙지만 그의 별명은 ‘린단 킬러’. 지난해부터 린단을 잇달아 격파한 바 있어 다크호스로 주목할 필요할 필요가 있다.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사격에서도 남자 50ｍ권총과 10ｍ공기권총에 출전하는 이대명(한국체대)이 같은 종목의 1인자 진종오(KT)를 능가할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여자 10ｍ공기소총의 김찬미(기업은행), 여자 10ｍ 공기권총에 출전하는 이호림(한국체대)도 정상을 노리는 2인자들이다.

역도 여자 53㎏급의 윤진희(22·한국체대)와 남자 69㎏급의 이배영(29·경북개발공사)도 그동안 메달후보로 부상하지 못했으나 돌풍을 일으킬 후보들이다.

이동윤기자 dy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