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반쪽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제가 균형있게 발전하려면 대외부문과 대내부문이 균형을 이뤄야 하지만 한국경제는 사실상 한쪽 날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수출이 호조세를 지속하더라도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한국경제 ‘수출’ 외줄타기 =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계절조정치 기준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분기에 64.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민간소비의 비중은 48.3%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순수출의 기여도(3.3%) 또한 내수의 기여도(1.8%)를 크게 앞질렀다.

이처럼 수출과 내수의 격차가 벌어진 이유는 1990년대 들어 국내 산업이 수출 대기업의 자본·기술집약형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국내 기업체들이 생산공장을 중국 등으로 대거 이전한 것도 이같은 불균형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산업이 노동집약적 업종에서 자본집약적 업종으로 전환하면서 고용유발 효과가 줄었고, 이로 인해 ‘고용창출 → 소득증가 → 소비활성화’의 선순환 고리가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출과 내수의 연계성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수출이 호황을 지속하더라도 국내에서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크게 떨어지게 된다. 한은의 ‘2003년 산업연관표’를 보면 수출의 부가가치유발 계수는 1995년 0.698에서 2003년 0.647로 떨어졌고, 일본의 0.892에 비해서도 턱없이 낮다. 부가가치유발 계수가 0.647이라는 것은 1000원어치 상품을 수출했을 때 국내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가 647원이라는 의미다. 특히 수출액 10억원당 취업자 유발효과는 1995년 26.2명에서 2003년에는 12.7명으로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 내수산업 육성 시급 = 전문가들은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수 부문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비스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서비스 산업은 전문화된 고부가 업종보다는 도소매와 음식·숙박업이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업과 수출산업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서비스산업과 내수산업은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산업간의 생산성 격차를 좁힐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배재수 한은 조사국 동향분석팀장은 “기본적으로 기술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일부 해외에 원천기술이 있는 부품소재가 아니라면 대기업들이 국내 업체의 부품을 사용하는 데에 자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출기자 equali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