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투자은행들과 정보기술(IT) 비즈니스 기업들의 운명이 엇갈렸다. 메릴린치와 JP모건 등 미국 대형 투자은행들은 금융위기 여파로 2분기에 실적이 부진했으나,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 IBM 등 IT기업들은 실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요 기업들이 17일 발표한 2분기 실적에 따르면, 세계 최대 투자 은행인 메릴린치는 모기지 관련 손실과 자산 상각 등으로 2분기 49억9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2분기에 20억100만달러의 이익을 낸 이후 4분기 연속 하락세를 타고 있다. 지난 4분기 동안의 손실은 190억달러로 메릴린치의 계속된 추락은 금융 업계의 최대 ‘재앙’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2월 메릴린치를 구하기 위해 새로 임명된 존 테인 메릴린치 최고 경영자도 퇴진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인 회장은 “금융 위기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집값은 계속 떨어지며, 유가와 곡물가, 실업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불리한 시장 요건을 설명한 뒤 “메릴린치가 앞으로도 계속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P모건도 대규모 자산 상각의 여파로 2분기 순이익이 20억달러에 그쳤다. 42억달러의 순이익을 얻었던 지난해 동기에 비해 53%나 급감했다. 그러나 JP모건측은 베어스턴스 매각으로 발생한 5억4000만달러의 순손실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25억달러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음료 업체인 코카콜라도 자회사인 코카콜라엔터프라이즈 자산상각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순이익이 지난해에 비해 23% 감소했다고 밝혔다. 분기 순이익은 14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코카콜라는 “전 세계 코카콜라 판매량이 3% 늘어났을 뿐”이라며 “고유가와 곡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이 음료 소비를 줄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카콜라는 노동절인 9월 첫째주 월요일을 기해 가격을 올릴 계획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MS는 오피스 윈도 소프트웨어 판매 수익 증가에 힘입어 순이익이 42% 증가했다. 작년 30억달러에서 43억달러로 늘어났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도 12억500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35%가 증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구글의 분기 수익이 예상치에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해 미국의 경기 침체가 ‘인터넷 황제’인 구글에까지 손길을 뻗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은 분석했다. IBM도 순수익이 27억7000만달러로 22% 늘어났다. 이는 월가 전망치를 넘어선 수치다.

심은정기자 fearles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