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서울 종로구 도렴동 정부중앙청사 별관에 마련된 금강산대책상황실에서 관계공무원들이 13일 고 박왕자씨가 피격 사망한 금강산관광지구 도면을 세워둔 채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곽성호기자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망사건 발생 사흘째인 14일에도 북한이 일체의 사과와 진상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데 대해 정부가 강력히 대응해 북측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하며, 미·중 등 외교채널이나 정부의 비공식 대북핫라인을 가동,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있다. 이같은 주장은 보수진영은 물론 대북포용정책을 펴온 김대중·노무현정부의 외교안보책임자들및 대북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어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김대중 정부의 외교안보 고위 관계자는 14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북측이 명백히 잘못한 것이고, 북측이 ‘남북당국간 금강산 지구 출입체류 합의서’를 위반한 것인 만큼 이 사건에 대해 남북양측이 합동조사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특히 “정부가 대외적으로 강력한 입장 표명을 하는 동시에 대북핫라인 등을 가동해 북측과 실질적인 협의를 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무현정부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정책실장을 지낸 송민순 민주당 의원은 “북한이 민간인 관광객을 어떤 이유에서든 사살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북한이 확실한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때까지 확실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특히 “북한이 관광객을 정조준해 사살한 것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며 문제 해법이 찾아질 때까지 금강산관광 중단하고 금강산 관광객에 대한 안전교육 및 안전 장치를 마련토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대중정부에서 대북협상을 전담했던 전직 고위 정보통인사는 “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하는 게 기본이지만 그러다가 시기를 놓쳐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현재로서는 당사자가 현대인만큼 현대아산이 역할을 강화해 남북당국을 연결시키는 역할 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북전문가인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금강산관광객 피격사망사건에 대한 북한의도와 관련, “북한은 이번 사건을 통해 의도적으로 남북관계긴장을 고조시켜 나가려는 듯하다”면서 “올림픽이나 8·15를 전후해 긴장이 더 고조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특히 “긴장이 한번 더 고조되는 것을 통해 해소되는 과정을 겪을 것”이라면서 “2개월여 긴장고조 과정을 겪으며 북한은 진상조사를 어떤 형태로든 받아들이며 유감표명을 하게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금강산사건 해결을 위해선 미·중 양국의 대북압박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남북당국수준에서 문제를 풀기 어렵기 때문에 북·미, 북·중관계를 통해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해 진상조사등에 나설 수 있도록 외교채널을 가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특히 “현재 남북관계를 더이상 악화시키지 않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명박대통령이 국회시정 연설에서 제안한 대북대화 제의와 금강산사태를 어떻게 연결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