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4일 오전 고 박왕자씨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유가족들이 빈소를 지키고 있다. 심만수기자

금강산 관광 도중 북한 초병의 총격으로 사망한 고 박왕자씨의 빈소는 14일 오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빈소가 마련된지 나흘째인 이날 서울아산병원 빈소에는 주말동안 줄을 잇던 조문객의 발길은 뜸한 편이었고 10여명의 현대아산 직원들만 나와 있었다.

유족들도 피곤한 기색으로 대기실에서 대부분 휴식을 취했다.

●…유족들은 아직 발인 등 장례 일정을 잡지 않고 있다. 가족들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정확한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발인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씨의 남편 방영민(53)씨는 “국과수의 결과 발표와 명확한 사인이 밝혀지기까지 발인 등의 장례 일정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아산 측도 장례 일정에 대해 “가족과 아직 협의중”이라고만 밝혔다. 국과수는 “14일이나 15일쯤 부검 결과를 통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은 ‘남쪽에 책임이 있다’고 하는 북한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고인의 아들 방재정(23)씨는 “가해한 쪽에서 피해자 쪽에게 사과하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만약 어머니가 불법적으로 넘어갔다면 궁극적인 책임은 바로 현대아산에 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또 우리 정부에 대해 조속한 시일 내에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유족들은 11일 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이뤄진 부검 전에 고인의 시신을 확인하지 못했고 부검에 입회하지도 못했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유족들은 부검 전에 숨진 박씨의 시신을 보고 싶다고 국과수 측에 요구했으나 국과수 측이 이를 허용하지 않았으며 부검 현장에도 입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부검에 입회하겠다고 따로 국과수측에 요구하지는 않았으나 국과수측이 입회 의사를 우리에게 확인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과수 관계자는 “당시 유족 모두가 부검 전에 시신을 확인하고 싶다고 했으나 당시 시신의 상태로 볼 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권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말과 휴일 동안 박씨의 빈소에는 밤 늦게까지 각계 인사들의 조문이 발을 이었다. 13일에는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홍정욱 의원, 정세균 민주당 대표,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공동대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등 정치권 인사들이 빈소를 방문했고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홍양호 통일부 차관 등 관계 인사들도 조문했다.

김병채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