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국회에서 개헌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차기 대권 주자들과 주요 정당 지도부 등 유력 정치인들은 다양한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개헌 발의나 의결 정족수에 상관없이 개헌 추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력 정치인들은 대체로 “개헌 논의는 빠를 수록 좋다”는 ‘조기 추진론’,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라는 ‘시기상조론’ 등으로 양분되는 가운데 “때가 되면 밝히겠다”고 입장 표명을 유보한 정치인도 있었다.

◆시기 상조론 =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11일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경제살리기가 궤도에 오른 뒤 개헌 논의를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년간 개헌을 안했기 때문에 (개헌논의가 시작되면) 단순히 권력구조 개편뿐 아니라, 이념논쟁, 남북관계, 한반도 영토 문제 등 각계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와 논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이날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경제가 (안정) 안 된 시점에서 하게 되면 사회적 대혼란이 오게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섰던 추미애 의원은 “지금은 경제 살리기에 매진할 때”라면서 “섣부른 개헌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6선의 홍사덕 친박연대 의원도 “국민과 정치인들의 관심사에 편차가 크면 (정치인들이) 욕먹는다”면서 “시급한 민생 현안을 처리한 다음 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는 “개헌을 해서 절박한 민생을 살리는 게 아닌 이상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 추진론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정권 초기에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권 후반기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 노무현 정권 때처럼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박 전 대표의 한 측근)는 이유에서다. 박 전 대표는 4년 중임 대통령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 전에 (개헌 논의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고,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원포인트 개헌이라면 전반기에 빨리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박지원 무소속 의원은 “후반기에 하면 이해 관계가 얽히기 때문에 전반기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부의장 출마 의사를 밝힌 박상천 전 민주당 대표는 “2010년 지방선거 때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 한번에 개헌하자”는 입장이다.

◆입장 유보 =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개헌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히 생각을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학술적 논의는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개헌 추진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문화일보 여론조사에서는 “때가 되면 밝히겠다”고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서청원 친박연대 대표도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입장을 전해왔다.

권로미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