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총리가 ‘종교계 달래기’ 해법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지난 30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국미사’를 시작으로 종교계가 속속 촛불시위에 동참할 예정이어서 꺼져가는 듯 보였던 촛불이 다시 타오를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총리는 1일 오후 예정에 없던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예방하는 일정을 급하게 잡았다. 오는 3일 개신교계의 시국기도회에 이어 4일에는 불교계가 시국법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 총리가 지관 스님에게 불교계의 참가 자제를 요청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는 자리였다. 하지만 조계종 총무원은 이날 조계사 앞에서 불교단체 소속 회원 10여명이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지적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면서 면담 일정을 조정하자는 입장을 전해왔고, 결국 면담은 무기한 연기됐다.

그렇지만 한 총리도 그냥 물러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종교계의 참여가 촛불시위를 재점화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불법시위 엄정대응’ 방침을 발표한 내각 수장으로서 사태를 방관할 수 없는 처지다. 이 때문에 한 총리는 조계종 총무원장 예방을 조만간 재추진하는 한편, 2일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인 엄신형 목사, 3일에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염수정 주교를 예방하기로 했다.

또 시위과정에서 부상당한 이학영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한 총리는 일각에서 불거지고 있는 종교편향 논란이 심각하다고 판단,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기로 하는 등 다각도로 ‘종교계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한 총리가 1일 국무회의에서 국토해양부의 대중교통정보시스템 사찰표기 누락, 경기여고 교내공원화 사업과정 중 불교유적 훼손 등의 사례에 대해 “특정 종교에 편향됐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면서 주의를 당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 총리의 조계종 총무원장 면담 불발이 종교편향 논란에 대한 정부의 사과 없이는 만나지 않겠다는 뜻을 조계종이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등 종교계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