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제한과 차별금지를 골자로 하는 비정규직보호법이 시행 1년을 맞은 가운데,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지난 1년간 영업점 텔러, 사무직 직원 등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거나 전환을 추진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우리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은행들은 정규직 전환보다는 고용은 보장하되, 급여나 승진체계에서 일반 정규직과 차별을 두는 무기계약직 전환을 선호하고 있었다.

1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해 3월초 금융업계 최초로 비정규직 3076명을 ‘정식직원’으로 맞아들였다. 우리은행은 이를 위해 기존 정규직 임금을 동결하고 직군에 따라 업무를 분리하는 분리직군제를 도입했다. 현재 우리은행 영업점 텔러들은 7개 직군 중 하나인 개인금융서비스직군에 소속돼 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다른 은행들의 경우 비용문제로 정규직 전환 대신 무기계약직을 택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9월 비정규직 1500여명 가운데 100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무기계약직원들은 복지와 고용면에서는 일반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만, 임금은 정규직의 60∼70%수준이고 업무가 한정돼 있다.

외환은행의 무기계약직 도입후 국민, 신한, 기업은행도 무기계약직 전환에 나섰다. 은행업계 최대 비정규직 보유은행이었던 국민은행은 올1월 3년이상 근무한 계약직 5006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고, 이어 2년이상 근무한 계약직에 대해서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6월말 현재 총 5050명이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기업은행도 지난해 11월 비정규직 1800여명 가운데 56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신한은행은 2009년 6월까지 비정규직 가운데 65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3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6월말 현재 총 400명이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반면, 하나은행 노사는 2100여명의 비정규직 중 일부를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다데에는 동의했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 하나은행은 인사제도개선위원회를 설치하고 비정규직 직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이 보장되면서 직원들 사기가 진작되고 소속감도 높아졌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 전환에도 불구하고 임금이 일반 정규직의 60∼70%수준인 점과 승진체계나 업무가 제한돼 있다는 점은 시정돼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수진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