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세미나에서 통상전문가들은 이번에 이뤄진 추가협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재협상은 아무런 실익도 가져다 주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광우병 파동’을 불러일으킨 정부의 ‘아마추어식’ 대응과정에 대해서는 강하게 질타했다.

◆재협상 주장 의미 없어져 = 전문가들은 우선 협상 본문에 대한 수정 없이 실질적으로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아낸 만큼 재협상의 실효성은 이미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추가협상에 대해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본문의 수정 없이 30개월 이상의 수입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뿐만 아니라 30개월 미만 쇠고기에서도 뇌, 눈, 척수(등뼈 속 신경다발), 머리뼈 등을 제외함으로써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며 “광우병 위험 때문에 전면 재협상을 해야한다는 근거는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추가협상 이후 재협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실익이 거의 없다”고 못박았다. 미국이 기존 협정을 폐기하고 재협상으로 나서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재협상까지 이어진다고 해도 미국의 무역보복과 국제 신인도 하락 등의 문제가 생길 것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한국시장에 쇠고기를 가장 많이 수출한 2003년 쇠고기 수입금액은 8억5000만달러에 불과하다”며 “반면 부품을 포함한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한 해 미국을 상대로 100억달러 이상의 무역흑자를 남긴 만큼 ‘재협상만이 살 길’이라는 주장은 우리의 경제상황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배부른’ 주장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아마추어식 정부 대응 =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광우병 파동’을 불러일으킨 정부의 대응 과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복거일(소설가) 문화미래포럼 대표는 “광우병 파동을 촉발한 것은 의도적으로 거짓정보들을 담은 방송 프로그램이었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그 방송에 대해 반응하지 않았고, 마침내 집회를 불렀다”고 밝혔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또한 “기본적으로 (협상내용은)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이라는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내용인 만큼 큰 문제점은 없었지만,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본협상에서) 즉각적으로 수입중단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 않아 국민감정에 악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정인교 교수는 “한·미 FTA 조기비준 촉구 등을 위해 쇠고기 통상현안 해결을 미국 현지에서 강조할 필요가 있었던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굳이 무리하게 서명까지 할 것이 아니라 실무자간 협의를 통한 메시지만으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고, 오히려 최종 서명까지 기간을 활용해 미 행정부와 의회가 한·미 FTA 비준을 서둘러 처리할 것을 촉구하는 카드로 활용해야 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