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제2기 청와대비서진 개편은 철통보안 속에 진행됐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예상을 뛰어넘은 파격 인사에 당사자들은 물론, 정치권 안팎에서도 놀라는 모습이었다.

청와대 수석들이 일괄사퇴를 제출했고, 측근들의 인사개입 논란이 이는 터에 이 대통령이 직접 인선명단을 놓고 며칠밤을 씨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선대상이 주체가 될 수 없는 상황이라 이 대통령은 일부 실무진만 데리고 인사비서관실의 존안자료를 토대로 일을 했다. 이 때문에 정확히 인사내용을 아는 사람은 발표 직전까지 2~3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미의 관심사인 신임 정정길 대통령실장에 대한 천거는 1주일전에 이뤄졌고, 이 대통령은 이틀전인 18일 청와대에서 만나 최종 확정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유출에 대비해 비서관급 이상에게 입단속을 거듭 당부했고, 철저히 보안이 지켜졌다.

이번 인선의 실무책임자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처럼 힘든 인사가 없었다. 모든 사람이 개편대상이라 믿고 의지하고 의논할 상대가 없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한 참모는 “정 실장이 학문을 계속하길 원한다며 여러번 고사해 삼고초려하며 힘들게 모셔왔다”고 전했다. “위기상황에 구원투수가 돼달라”는 게 정 실장을 설득한 논리였다.

●…유임이 확실시됐던 일부 수석의 경우 하루전이나 몇시간 전에야 사퇴 통보를 받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곽승준 국정기획수석과 이주호 교육과학문화수석 등의 교체는 안팎에 “대과도 없고, 국정과제의 연속성을 감안해도 의외”라는 평가가 나왔다.

곽 수석은 공기업 개혁의 추진속도를 놓고 한나라당과 마찰을 빚은 게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곽 수석은 이날 이임식에서 “절대권력인 ‘자유‘를 찾아 길을 나선다”는 말로 아쉬움을 달랬다. 이주호 수석은 2기 체제의 새로운 출범과 전면쇄신 기류에 맞물려 과거 영어몰입교육 등 정책혼선에 대한 책임논란을 털고 가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들 두 수석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추후 재등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박재완 수석은 정무수석에서 국정기획수석으로 자리를 옮겨 이 대통령의 신임을 재확인했다. 정책기획전문통이라는 ‘전공찾아주기’가 배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관 대변인은 “국정의 연속성을 위해서도 한분 정도는 남아야 하지 않겠냐”고 평했다. 박 수석의 자리이동에는 강재섭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의 적극적인 지원사격도 한몫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선과정에서는 청와대와 한나라당 등 여권 내부의 치열한 물밑 힘겨루기가 있었고, 이에 따라 일부 인사는 생사가 수없이 되풀이된 것으로 전해졌다. 누가 정해진 것처럼 인사안 흘리기가 곳곳에서 포착됐는데 결국 이해관계에 따른 의도적인 ‘플레이’ 차원이었던 것으로 귀착됐다. 곽승준, 김병국 수석 등 재력가들이 빠지면서 이번 2기 수석들의 평균재산이 급격히 준 것도 특징이다. 1기체제의 36억7000만원에 비해 이번에는 16억여원으로 낮춰졌다.

김상협·심은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