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지난 4월 서울 을지로 본점 로비에서 파티용 모자를 쓴 채 출근하는 직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은행장이 파티용 모자를 쓴 채 출근하는 직원을 맞아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조이(Joy·즐거움)’라고 외치자 직원들은 ‘투게더(Together·다함께)’라고 화답했다. ‘조이’와 ‘투게더’가 만나는 순간 은행장과 직원들은 일제히 환한 웃음을 터트렸다. 지난 4월15일 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로비에서 있었던 일이다. 바로 그 전달에 새로 취임한 김정태 행장이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하기 위해 시도한 이벤트였다. 김 행장이 이같은 이벤트를 기획한 것은 단순히 튀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원들과의 의사소통 능력을 리더십의 핵심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감성 리더십으로 직원들과 오프라인 스킨십을 강화하는가 하면, 휴대전화·e메일·인터넷망을 통한 온라인 소통량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경영진과 현장 직원들이 일정한 날을 잡아 회사 정책 방향이나 사원 복지 등에 격의 없는 토론을 나눈 후 실제 경영에 반영하는 등 의사소통 피드백의 질도 높아지고 있다.

◆스킨십에서 소통의 문이 열린다 = 이호림 오비맥주 사장은 매주 금요일 직원들과 ‘호프데이’를 가진다. 격의 없는 대화를 통해 직원들이 평소 어떤 생각을 하는지, 업무에 있어 불편사항을 없는지 직접 파악하기 위해서다. 임원회의에서 결정된 사안들을 호프데이서 공표하기도 한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도 직원들과의 감성 커뮤니케이션을 중시 여긴다. 직원들의 수고에 보답한다는 의미로 직접 발을 씻겨주는‘세족식’이 대표적이다. 사원 시상식장에서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가 하면 단합대회에서 직원들과 ‘프리 허그’를 한 후에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며 회사의 비전에 대한 일체감을 공유한다.

◆온라인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 5년 연속 순익 최고치를 경신한 대구은행의 이화언 행장은 매주 수요일 직원들에게 e메일로 ‘CEO 레터’를 보낸다. 경영방침과 기업설명회 보고뿐만 아니라 ‘마이 스토리(My story)’라는 제목으로 일상의 자잘한 감상도 담는다. 이 행장은 “CEO가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이 아니라 곁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라는 의식을 주고 싶어서 시작했다”며 “직원들과 e메일로 소통하다보면 은행 경영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도 많이 얻게 된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사내 인트라넷에 ‘대표 대화방’이라는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사내 인트라넷을 이용하는 전 임직원이 자율적으로 대표에게 바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개설된 것이다.

◆임직원 ‘열린 토론’ 결과 실제 반영 =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임직원들과의 ‘열린 대화’ 마당을 수시로 갖는다. 직원들이 회사의 현안 및 경영 방침에 대해 질문하면 남 부회장이 답변하는 형식이다. LG전자 측은 “CEO가 직접 회사 경영에 대해 설명해주고 직원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때문에 다른 임원들도 부하 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01년부터 모든 임직원이 의사소통을 하는 ‘오픈 플라자’를 운영하고 있다. 직종과 분야에서 고루 선발된 직원 100여명이 10개조를 이뤄 강주안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과 주제별로 하루동안 토론을 벌인다. 회사 발전안뿐만 아니라 사원 복지 등이 두루 논의되고, 참가자들의 공감을 얻은 아이디어는 실제로 경영에 반영된다. 아시아나의 한 직원은 “오픈 플라자의 소통이 의례적인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회사의 모습을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이것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재선·박수진기자 jeijei@ 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