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명이 참가한 촛불시위를 통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확연하게 드러나면서 경제정책을 포함한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정부가 사상초유의 세금환급이라는 고강도 서민정책에 이어 서민 통신비 감면과 중소기업 지원대책 등 중소기업과 서민들을 위한 정책들을 내놓는 등 대기업 위주 경제정책에 궤도수정이 가해지고 있다.

특히 여론의 비판을 받아온 대운하 건설, 공기업 민영화 등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들의 추진이 중단되거나 속도조절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초기 인사파동을 거론하면서 인선기준과 국정운영 스타일 변화에 대한 인식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정쇄신을 위한 내각 및 청와대 수석 개편과정도 주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중소기업성공전략회의에서 “어젯밤 6·10민주항쟁 기념 집회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나도 학생때 민주화운동에 참여해 고통을 겪었던 민주화 1세대인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며 “새로운 각오로 정부도 (새)출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11일 정례 당정회의를 열고 현재 65세 이상 노인의 60%까지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을 7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 등을 포함한 서민 생활부담 경감대책을 협의했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고유가, 고물가에 따른 민생안정 대책에 힘쓰기로 했다”며 “정부가 추진해온 대운하, 공기업 문제 등 각종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 당정논의를 조만간 개최키로 했다”고 말해 여권의 정책기조에 중대변화가 일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대운하의 추진 중단 가능성이 높아졌고 공기업 민영화 작업도 폭과 속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저소득층 이동통신 통화료를 최대 50%까지 감면해주는 통신비 인하대책을 발표했고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은 이날 벤처기업 등의 창업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하는 등 서민과 중소기업 대책들이 한꺼번에 발표됐다.

한편 이 대통령은 향후 내각 및 청와대 수석인선과 관련해 “이번 인사에서는 가급적 비(非)영남, 비(非)고대 출신에 재산이 10억원을 넘지 않는 사람들을 등용하려고 한다”고 밝힌 것으로 11일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최근 한나라당 고위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강부자(강남 부동산 재력가) 내각’,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 출신) 인사’ 비판 등 새정부 초기 인사파동의 교훈을 거론하며 “(잘못된 인사에 대한 비판에) 완전히 데었으며 이같은 등용 기준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또 ‘측근정치’에 대한 비판을 감안하고 외부에 권력투쟁으로 비쳐지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 향후 정국운영은 ‘시스템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능력보다 도덕성을 우선하고, 지역안배, 탕평인사 등을 고심 중”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이 대통령의 강조는 한반도 대운하 등 국민 상당수가 싫어하는 정책을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으로 강행하지 않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서의동·김상협기자phil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