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업체들의 해외진출은 현재 걸음마 단계를 막 벗어난 상태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통신업체들의 세계 진출은 1980년대 각국의 통신 민영화 정책 시행 이후 이동통신 사업 위주로 전개되고 있다. 영국 보다폰, 스페인 텔레포니카 등 유럽지역의 이동통신업체들은 현지업체 인수합병(M&A), 현지국가 주파수 경매 참여 등을 통해 마치 제국주의시대 식민지 확보 경쟁을 벌이듯 각각 사업을 확장시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업체들은 비좁은 국내 시장에 주력하다가 성장 정체 기미가 보이자 그때서야 비로소 해외 진출에 눈을 돌렸다.

좁은 시야와 현실에 대한 안주, 정부의 지원 부족 등으로 좀 더 쉽고 비용을 덜 들이며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그러나 최근들어 해외 사업에 역량을 쏟아부으면서 성공사례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해외 진출에 가장 많이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SK텔레콤. 현재 중국, 베트남, 미국 등에서 이동통신 사업을 벌이고 있다. 각각 사업방식은 다르다. 중국에선 중국 2위의 이동통신업체 차이나유니콤 지분 참여를 통해, 베트남에선 이동통신업체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선 스프린트넥스텔의 이동통신망을 임대해 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을 전개하고 있다. SK텔레콤이 특히 주목하는 시장은 중국. 중국 정부가 3세대(G) 이동통신사업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기회를 보고 있는 것이다.

KT는 SK텔레콤에 비해 스케일은 작지만 좀 더 알차게 해외 사업을 전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이동통신사업은 KT뿐 아니라 국내 통신업계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KT가 80%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러시아 지역 이동통신업체 NTC는 지난 2007년 매출액 1억1500만달러, 영업이익 4000만달러의 양호한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우즈베키스탄 등 구 러시아 지역 진출을 활발히 타진하고 있다. KTF는 최근들어 전략적 파트너인 일본의 NTT도코모와의 연계를 통해 해외사업을 전개중이다. 글로벌 자동 로밍이 가능한 3G 시대를 맞아 아시아 지역 이동통신연합체 커넥서스 결성을 주도했고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에서 NTT도코모와 함께 U모바일을 통해 3G 이동통신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염용섭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방송통신융합정책연구그룹장은 “해외 사업은 최고 장사꾼들이 해야 하는 어려운 사업”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회경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