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7일 일본 이동통신 사업자 소프트뱅크의 도쿄 하라주쿠(原宿) 매장에서 직원이 고객들에게 휴대전화 할인요금 상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쿄 = 손재권기자

“가족끼리 24시간 무료 통화 가능합니다.” “학생들은 가입비도 무료입니다.”

지난 27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중 하나인 시부야(澁谷). 유명 전자제품 판매점인 ‘빅카메라’ 1층에선 점원들이 일본 이동통신사 NTT도코모, KDDI(AU), 소프트뱅크 등의 휴대전화를 소개하며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이들이 소개하는 통신 상품은 요금제도 다양하고, 전시된 휴대전화는 50여종에 달한다.

요즘 일본 이동통신시장은 소프트뱅크가 선보인 ‘화이트플랜(월 기본료 980엔(약 7700원)을 내면 오전 1시~오후 9시 가입자 간 무료통화)’ 요금제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번호이동성제가 도입되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 4, 5의 이동통신사업자(윌컴, 이모바일)도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시작해 경쟁에 불을 붙였다.

소프트뱅크 홍보팀의 나카야마 나오키(中山 直樹) 부팀장은 “경쟁이 워낙 치열해 이익이 줄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아직도 요금이 비싸다고 한다”며 “앞으로 출시할 새로운 할인 상품을 준비하느라 무척 바쁘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내 3위(점유율 18.1%) 사업자다. 그러나 최근 파격적인 할인상품을 선보이면서 NTT도코모와 AU를 제치고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4개월간 한시적으로 가입자를 받기로 했던 학생할인제(학생은 기본료 무료, 오후 1시~9시 통화 무료)를 9월 말까지 연장한다고 26일 전격 발표했다. 이 같은 소프트뱅크의 공격 경영은 지난해 ‘화이트플랜’요금제로 268만명의 신규 가입자를 끌어 모아 ‘신규 가입 증가율 1위’를 기록한 데 힘입은 것이다.

소프트뱅크의 각종 할인 상품은 일본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동경대 국문과 박사과정 배관문(여·31)씨는 “이동통신에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요즘 워낙 할인요금제가 많아 이것저것 따져보고 통신사를 바꿀까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소프트뱅크가 치고 나가자 2위 사업자 AU도 맞대응에 나섰다. 지정 가족에 한해 24시간 무료 통화 서비스를 선보이고 ‘누구든지 할인(누구든 신규 가입하면 기본료 반액 할인)’ 요금제까지 내놨다. 부동의 1위를 기록하던 NTT도코모는 최근 로고를 바꾸고 ‘반값할인 서비스(2년 약정, 기본료 50% 인하)’, ‘혼자서도 반액’ 상품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대응이 한발 늦어 지난 3월에는 최초로 점유율이 50% 이하(49.7%)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일본 정부도 시장 경쟁을 촉진시킬 수 있는 정책을 ‘적기’에 펼치고 있다. 일본 정보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총무성(總務省)은 한국이 먼저 시작한 번호이동성 제도를 3위 사업자 등장과 맞물려 도입, 사업자 간 경쟁을 가열시켰다.

이어 총무성은 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 가이드라인을 지난해 2월 1차로 개정한 데 이어 지난 19일 2차로 개정, 다양한 사업자의 참여를 촉진시키고 있다. 디즈니모바일이 3월 처음으로 소프트뱅크의 망을 이용한 MVNO 사업을 개시한 데 이어 현재 도요타자동차, 이쓰즈자동차, 조지루시(코끼리표 밥솥), 세콤(SECOM) 등도 MVNO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마가와 다쿠오(今川 拓朗) 총무성 정보통신정책국 조사관은 “총무성은 사업자 간 경쟁 촉진을 통해 이용자에게 이익을 준다는 기본적인 규제 철학을 갖고 있다”며 “2010년까지 사업자별로 고정된 심카드(이용자 정보를 담은 전자칩) 해제를 추진하는 등 통신 로드맵에 따라 움직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쿄 = 손재권기자 gjac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