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우리나라 이동통신 요금 인하를 살펴보면 대통령 선거 또는 총선 등 정치적 분기점 바로 직전에 많이 단행됐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이동통신업체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이거나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발적으로 요금 인하책을 마련했다기보다는 주로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등 외부의 ‘압력’에 의해 요금을 내렸다는 의미다.

요금 인하 형태도 천편일률적이다. 이동통신 1위 업체인 SK텔레콤이 요금을 내리면 KTF와 LG텔레콤이 그보다 할인폭을 약간 더해 내리는 식이었다. 이는 일반적인 가격 인하 작동 메커니즘과 다소 차이가 있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후발업체가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다소 무리해서라도 가격을 내리고 뒤이어 선도업체가 방어 차원에서 가격을 인하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외부 압력에 의한 요금 인하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것. ‘표(票)’를 의식한 정치권에선 통신요금에 대해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일부 시민단체는 통신요금 인하에 올인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관 주도 또는 포퓰리즘적 통신요금 인하는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형택(경제학) 동국대 교수는 “요금 인가제(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KT, SK텔레콤 등의 요금 관련 변동 사항을 정부 허가로 정한 제도)는 소비자 편익보다는 사업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한 정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관 주도의 통신요금 인하 관행은 기업 활동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투자, 마케팅, 신규 사업 등 각 분야의 의사 결정을 방어적으로 만든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이런 점을 고려, 대표적인 규제 장치인 요금 인가제를 폐지하고 가상이동통신망사업(MVNO) 제도 도입을 통해 경쟁 활성화를 꾀하려 하고 있다. 업체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게 장기적으로 소비자 편익과 이동통신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에서다.

유회경기자 yoolog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