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지난 24, 25일 연이어 불법 도로점거 시위로 변질됨에 따라 학계와 경제계, 시민사회 등은 “이번 사태가 ‘법과 원칙의 확립’을 강조해 온 이명박 정부의 의지를 시험할 중대 고비”라며 ‘엄정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아무리 외쳐도 대답을 듣지 못한 국민들이 결국 거리로 나선 것”이라며 국민과의 의사소통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과 원칙 세우는 시험대” = 박효종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26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촛불문화제의 시작은 쇠고기 문제였지만, 이제 다른 정치·사회적 이슈가 동시에 터져나오며 결집되는 양상”이라며 “지금 법과 질서가 존중되지 않는다면 ‘불법 시위’와 ‘강경 대응’이라는 과거의 악순환이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법과 질서는 어느 한 계층의 유·불리를 떠나 공동체를 유지시키는 기본인 만큼, 정부는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퇴색시켜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훈동 한국외대 교수(법학)도 “공공부문 노조와 화물연대 등 노동계의 하투(夏鬪) 조짐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원칙있는 대응’이 무너진다면 나중엔 더 거센 요구와 불법 시위에 시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교수는 “시민들 역시 ‘이제 법 질서 테두리를 벗어나 극단적 행동을 하면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시위대 스스로 폴리스라인을 지킬 때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역시 정부의 대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국민 정서가 걸린 문제인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시위로 변질된 촛불집회에 대해선 정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실장은 “아직 노동계의 하투 조짐과 촛불시위를 직접적으로 연결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국민과의 소통도 중요” = 신광영 중앙대(사회학) 교수는 “국민이 외쳐도 정부는 아무런 변화가 없으니 젊은 사람들은 ‘막다른 골목에 부딪혔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촛불문화제가 날로 과격해지고 있는 원인을 분석하고 “소통 채널 마련이 절실한 상황인데도, 정부가 근본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지만, 폭력적인 방법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젊은 사람들 역시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겠지만 국민이나 정부에 모두 소모적인 방법일 뿐”이라고 말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지난 주말의 집회는 폭력시위도 아니었고 건강을 걱정하는 국민의 목소리였다”면서 “촛불집회에 대해 엄단 방침을 밝히기 앞서 국민의 건강을 내팽개친 정부야말로 헌법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실정법을 말하기 전에 저항권에 기초한 국민의 목소리를 방패와 곤봉으로 막으려는 정부의 태도가 더 문제”라고 덧붙였다.

한동철·임정환기자 hhand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