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산하 시설관리공단이 소유한 서울 강남역 지하상가 운영권의 계약방식을 둘러싸고 입점상인들과 서울시간의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이들 상가의 5년 계약기간 만료일이 이달말로 다가오면서 시가 관련 조례를 들어 운영권 계약방식을 일반 경쟁입찰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자 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는 강남역 뿐 아니라 명동·종각·영등포·잠실·을지로 등 서울시내 30개 지하상가 모두에 일반 경쟁 입찰을 적용하고 상인들이 이에 불응할 경우 명도소송 등 법적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어서 입점 상인들과 서울시의 마찰은 앞으로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19일 시와 서울 강남역 지하도상가상인회에 따르면, 이들 상인은 지난 15일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서울시청 옆에서 시위를 하는 등 잇따라 집회를 열고 “지하상가 운영권을 일반 경쟁 입찰로 하기로 한 방침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상인회는 “1982년 이후 상권이 자리잡힐 때까지 10년 넘게 적자를 메워가며 영업해왔다”며 “기반이 잡히니까 일반 경쟁 입찰로 돌리는 건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이에 대해 “서울시가 1998년 제정한 ‘서울특별시지하도상가조례’에는 임대차 계약 때 일반경쟁입찰이 원칙”이라며 “상인들의 기득권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강남역 지하상가는 1982년 대우건설이 지어 상인들에게 20년간 임대료를 받고 분양했다가 2002년 시에 기부채납했으며 상인들은 이후 5년간 점유하는 조건으로 임대료를 내왔다. 당시에도 시는 ‘일반경쟁입찰방식’을 요구했으나 전국지하도상가연합회를 중심으로 상인들이 격렬하게 반발, 결국 2003년 5월 말에 임대보증금만 100% 인상해 5년을 기한으로 하는 임대차 계약을 허용했었다.

현재 서울에는 명동·종각·영등포·잠실·을지로 등에 지하상가가 있는데, 준공 때부터 공단이 관리한 을지로 상가를 빼면 모두 민간 업체에 20년간 운영이 맡겨졌으며 2005년 동대문 2차 상가를 마지막으로 모두 기부채납됐다.

최준원 공단 상가사업단장은 “임대기한이 만료되는 강남지하도상가 35개 점포에 대해 지난 4월10일 내용증명을 보내 이달 30일까지 점포를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면서 “일반경쟁입찰이 이뤄지면 현재 3.3㎡당 최고 월 24만원 수준인 강남역 지하상가의 임대료 수준이 2배가량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시 소유 지하상가의 임대료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돼 시민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권선무기자 yoyo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