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고위당정회의에서 보고한 한·미 쇠고기 협상 후속대책은 원산지 표시제를 강화,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높이는 한편 수입과정에서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 유입이 실질적으로 차단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유명무실하게 이뤄지고 있는 원산지 표시제의 실효성을 높여 시중에 확산되고 있는 광우병 우려들을 해소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지난 18일 협상이후 정부의 대국민 홍보가 미흡해 ‘광우병 괴담’들의 확산을 방치했다는 지적에 따라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홍보대책을 시행키로 했다.

◆ 원산지 표시제 전면확대 = 현행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는 면적 300㎡이상의 대형 한우음식점에서만 메뉴와 식당입구에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돼 있다. 정부는 당초 오는 6월부터 대상 식당을 면적기준으로 100㎡이상으로 확대적용할 계획이었지만 서민들이 주로 찾는 소규모 식당은 배제돼 “서민들은 쇠고기 선택권도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전면확대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에 집단급식이 이뤄지는 학교, 병원, 군부대 등지에서도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값싼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학교급식과 군대배식에 쓰일 것”이라는 말이 확산되는 등 미국산 쇠고기에 ‘노출’될 우려를 차단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 교육부가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경기·인천·울산지역 등 7개 학교에서 미국산 쇠고기 3105㎏을 학교급식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청계광장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반대집회에서 중·고생들의 참가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도 이런 사정 탓이 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원산지 표시제가 전면 실시될 경우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광우병특정위험물질 유입차단 = SRM으로 불리는 광우병위험물질이 우리 식탁에 오르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당정회의의 주요 의제가 됐다. 농식품부는 SRM에 월령표시가 돼 있지 않을 경우 전량 불합격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또 미국내 작업장에 조사단을 직접 보내 위생·검역상황을 파악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당정은 이와 함께 미국이 지난해 5월 국제수역사무국(OIE)에 의해 ‘광우병위험통제국’으로 지정된 이후 수입위생 조건개정 협의를 벌이고 있는 일본, 대만 등 주변국의 협상결과를 지켜본 뒤 이들 나라와의 형평성을 맞추는 차원에서 수입위생조건의 재논의를 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월령미상의 SRM에 대한 불합격 조치 등은 미국과의 마찰소지를 안고 있는 대책인 만큼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SRM이 국내에 반입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놓고 한·미 양국이 실무협의를 벌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의동기자 phil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