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괴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속앓이가 심하다. 집권후 두달여 만에 최대위기를 맞았다고 느낄 정도다. 전염병처럼 퍼지는 괴담이 새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온 외교현안을 휩쓸고 지나가는 ‘광우병 쓰나미’로 전화할 조짐이다. 당장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거센 역풍을 맞았다. 목표로 삼았던 5월 임시국회 회기내 처리가 물건너갈 판이다. 게다가 인터넷에는 이 대통령이 고개를 숙여 일왕과 악수를 나누는 사진과 함께 ‘MB(이 대통령의 영문이니셜) 독도 포기’라는 ‘독도괴담’까지 급속히 유포되면서 ‘실용외교 괴담’으로 비화되고 있다. 6일 청와대 관계자는 “요즘 대통령 심경이 편치 않다”고 전했다.

◆원인진단은 되지만 대책은 없다 = 청와대의 상황인식은 비장하다. 원인도 나름 진단을 내렸다. 문제는 휘몰아치는 광풍을 잠재울 뾰족한 방도가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철부지 젊은이들이 인터넷 놀이터에서 던진 돌멩이가 호수를 범람하게 할 판”이라고 평가했다. 이성적 판단에 따른 합리적 대화가 불가능한 지경이라는 인식이다. 청와대는 “정서적인 문제라 더 갑갑하다”고 토로했다. 한 관계자는 “독도괴담은 광우병만큼이나 말도 안되는 한심한 논쟁”이라고 일축했다. 고위 관계자는 “이제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희망섞인 기대를 표명하며 사태가 진정되기를 갈망하고 있을 뿐이다.

◆강온 양면작전속 대책에는 선긋기 = 청와대는 잘못된 사실에 대한 대언론 대응과 함께 설득을 위한 홍보작전을 병행하고 있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도 추가 재논의나 재협상에는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특히 ‘광우병 발생시 수입금지 조치’ 등 추가재논의 요구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제기구가 미국을 광역병통제국가라고 판단한다면 우리로서는 마음대로 수입금지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초기 대응실패에 대한 인책론에 대해서도 “초기대응이 늦고 안이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지금은 잘못된 것부터 바로잡는 사태수습에 주력할 때이지 책임을 물을 때는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제시하는 재논의 수준은 “미국과 일본, 대만 등의 협상결과를 본 뒤 가능한 수준을 검토하겠다”는 정도다.

◆힘이 부치는 FTA 구하기 작전 = 이 대통령은 아직 FTA에 대해 희망의 불씨를 품에 안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7일 국회에서의 쇠고기 청문회도 고비다. 야당 설득이 쉽지 않다. 김효석 통합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연설에서 “한·미FTA에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피해분야 대책을 보완하면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해 회기내 처리에 미온적이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청문회를 통해 정치적 공세라는 진상이 드러나면 반전의 기회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협기자 jup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