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어느 총선보다 격전이 벌어진 4·9 총선의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상대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놓고 후보간 고소·고발 건수가 40여건에 달하고 있다. 고소·고발 내용의 핵심은 관권선거 의혹과 허위사실 유포, 허위경력 기재 등이다. 특히 서울 지역에서 여야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뉴타운’공약을 남발하면서 뉴타운 사업의 허가권을 가진 오세훈 서울시장의 총선 기간 발언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14일 “뉴타운 사기극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오 시장을 고발할 방침임을 밝혔다. 최재성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선거에서 당선되고 보자는 식으로 뉴타운 공약을 남발하고 오 시장의 약속을 받았다고 얘기한 (여당) 후보도 있었다”며 “오 시장이 실제 약속을 했는지, 아니면 후보들이 오 시장의 이름을 도용했는지 법률적으로 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오 시장이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1~3차 뉴타운 사업이 가시화되는 전제조건이 충족되기 전까지는 뉴타운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최 대변인은 “오 시장에게 (뉴타운 추가 지정) 약속을 받았다는 후보가 꽤 된다. 동작을의 정몽준 후보를 비롯해 금천의 안형환 후보, 노원갑 현경병 후보는 이미 고발이 됐다.

도봉갑의 신지호 후보도 언론에 보도가 됐다”며 “오 시장이 허위 사실을 얘기한 것이라면 관권선거이고, 후보자들이 일방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면 당선자들이 법률적 심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뉴타운 공약이 ‘공약(空約)’논란을 빚으면서 후폭풍이 거세지는 조짐이다.

민주당은 이밖에 한나라당 당선자들의 허위 사실 유포 및 허위 학력 기재 의혹 등에 대해서도 고소·고발 등의 조치를 취했다. 서울 노원갑의 정봉주 의원은 14일 한나라당 현경병 당선자를 상대로 “교육부 장관 특별교부금이 투입된 사업을 자신이 했다고 주장했다”며 허위 사실 유포로 고소했다. 금천의 이목희 의원은 한나라당 안형환 당선자에 대해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기본프로그램 이수를 연구원으로 기재한 것에 대해 선관위에 조사의뢰했다. 경기 안산 단원을의 제종길 의원도 박순자 한나라당 당선자가 불법 기부행위를 했다며 선관위에 고발했고, 인천 부평을의 홍영표 후보도 한나라당 구본철 당선자 측의 금품제공 혐의에 대해 고발했다. 서울 관악갑의 유기홍 의원은 오세훈 시장이 한나라당 김성식 후보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김 후보측이 게재한 혐의로 선관위에 조사의뢰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제기된 관권선거 의혹에 대해 강력히 대응키로 하고 일부 장관의 경우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