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이명박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총선 후 첫 당청회동에서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신창섭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총선 후 국정운영 구상이 드러났다. 핵심은 ‘한나라당 조기 전당대회 불가론’이다.

이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강재섭 당대표와의 회동에서 “당 대표의 임기(7월)를 강조해온 만큼 강 대표가 책임지고 당을 추스려야 한다”고 짤막하게 언급했다. 하지만 그에 담긴 함의는 크다. 우선 당내 계판간 갈등 상황이 분출되는 장이 마련돼서는 안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여당 내 야당’으로 불리는 박근혜 전 대표세력이 정국의 핵으로 간주되는 상황에 대한 불쾌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당 운영에 대해 가급적 말을 아껴왔던 이 대통령으로선 이례적이다. 국정과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조기전대 불가론의 배경은 당내 상황과 무관치 않다. 현재 한나라당은 153석의 과반을 획득하고도 시끌벅적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다. 친 박근혜 진영이 당내에만 30석 안팎, 당 밖에 30석 정도 포진한 상황이 심각한 갈등을 잉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국정과제를 위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법안을 처리하기에 마음이 급한데 국회가 썩 좋은 상황은 아니다. 여기에다 조기 전대까지 치러질 경우 당내 갈등이 공개적으로 분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이날 이 대통령의 조기전대 불가론은 비록 갈등이 잠재된 휴화산의 상태로 가더라도 억지로라도 누르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해석된다.

대신 이 대통령은 이날 첫 주례회동을 위해 찾아온 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 대통령은 “자기희생을 치러가면서 성공적으로 총선을 마무리했다”고 노고를 치하한 뒤 강 대표의 책임 아래 17대 국회의 마무리와 18대 국회 개원 준비를 당부했다. 또 두 사람의 회동에서 박 전 대표와의 화합방안 등은 뒷전에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배석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그에 관해 특별한 얘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은 그동안 친이, 친박 논란이 나오는 건 적절치 않다고 강조해왔다. 대통령의 경쟁 상대는 외국이며 지금은 당내 경선을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로 분위기를 대신 전했다. 박 전 대표와의 화합이 고민이긴 하지만 그 문제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또 18대 총선 결과를 놓고 여당이 사실상 ‘패배’한 것으로 인식되는 기류에 대해서도 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은 국민에게 감사해야한다. 과반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수도권 압승을 강조하며 “수도권에서는 지역정서가 없어진 거 아니냐. 진일보한 정치문화의 증거”라고 평가했다. 5월 국회 소집을 요구했던 연장선상에서 이 대통령은 경제살리기, 민생챙기기를 보여주는 데 힘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정무기능을 대폭 보강키로 하고 당내 중진의원들을 포진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에 따라 대통령 정치특보와 특임장관에 대한 인선에 착수했으며, ‘4·9 총선’ 이후 당내 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정리되는 대로 이들을 임명키로 하는 등 정무 라인을 조기 정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