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이 나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후보들의 체력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대부분의 후보들이 수면 부족에 목이 쉰 것은 기본이고, 빈번한 악수로 인해 손·팔·허리 통증까지 호소하고 있다. 각 후보들은 한약이나 보양식 등에 의존하며 체력전을 펼치고 있으나, 역시 최대의 에너지원은 ‘눈앞에 아른거리는 금배지’임이 틀림없다.

서울 성동갑 한나라당 진수희 후보는 4일 밤 8시부터 선거운동 만료시간인 오는 8일 자정까지 ‘100시간 철야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미 체력이 바닥날 대로 바닥났지만 워낙 박빙 지역이라 잠자는 시간도 아깝다는 것. 새벽까지 찜질방, 술집 등을 돌며 득표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틴다’는 게 진 후보 측의 체력대책이라면 대책. 이에 맞서는 통합민주당 최재천 후보는 “목이 많이 쉰 상태지만 아직은 견딜 만하다”며 “보여주기식 깜짝 이벤트보다는 기존 방식처럼 아침부터 심야까지 유권자들을 착실히 만나는 ‘뚜벅뚜벅 전략’을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근 성동을 통합민주당 임종석 후보는 차량 대신 도보로 전 지역구를 돌다보니 특히 발의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식당에서 열리는 각종 모임에 얼굴을 내비쳐야 하기 때문에 식사는 ‘이 식당 한 숟가락, 저 식당 한 숟가락’식으로 때우고 있다. 부산 서구에 출마한 무소속 유기준 후보는 “체력이 바닥난 지 오래지만 젖 먹던 힘까지 다하고 있다”며 “목 보호를 위해 도라지 달인 물과 들기름을 수시로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도시와 달리 지역구 자체가 넓은 지방 후보들은 ‘차라리 도시 출마자들이 부럽다’고 하소연을 한다. 산으로, 밭으로, 들판으로 유권자들이 있는 곳이라면 아무리 험한 곳이라도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서울 전체 면적의 2.5배 넓이인 경기 포천·연천에 출마한 한나라당 김영우 후보는 “하루 이동거리만 300㎞”라며 “차를 타고 가다 유권자만 보이면 무조건 내려서 달려간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과일즙을 수시로 마시며 목을 보호하고 있다.

양성욱기자 feelgoo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