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이 걸출한 ‘총선 스타’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노회찬, 추미애 전 의원,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등 연예인에 버금가는 대중 정치인을 탄생시킨 것과 사뭇 대조를 이루고 있다.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은 지난달 27일 공식 선거전 이후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전체 총선 판세도 좌우할 수 있는 ‘거물 정치인’을 만들어내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내고 지난 2006년 서울시장 선거에도 출마했던 강금실 공동선대위원장이 격전지를 누비면서 총선 ‘야전 사령관’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 종로구와 동작을에 출마한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이 만만찮은 경쟁 상대 때문에 지역에 발이 묶이면서 강 위원장을 포함한 이른바 ‘3톱’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강 위원장도 나름대로 높은 인지도와 대중성을 가졌지만, ‘나홀로 유세’로는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한나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당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박근혜 전 대표가 공천 내분 등으로 인해 ‘달성 칩거’에 들어가면서 그의 정치적 위력이 새삼 도드라지고 있다. 강재섭 대표와 박희태·김덕룡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박 전 대표의 ‘빈자리’를 메우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와 예측불허의 격전을 치르고 있는 수도권 후보들은 오히려 박 전 대표를 애타게 찾고 있다. 이렇다 보니 오랫동안 당 대변인을 지내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서울 중구 나경원 후보가 본인 선거운동 일정을 쪼개 서울 격전지역 지원유세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를 이끌고 있는 이회창 총재와 서청원(오른쪽) 대표는 총선 스타로 부상하기에는 ‘과거’이미지가 강한 편이다. 민주노동당은 ‘진보 스타’인 노회찬, 심상정 전 의원의 탈당으로 천영세 대표가 총선을 지휘하고 있고, 진보신당은 노, 심 전 의원의 지역구 출마로 사령탑이 전무한 상황이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실세인 이재오 전 최고위원과의 격돌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지만, 단기필마라는 게 약점이다.

이번 총선이 이처럼 스타 부재 현상을 겪는 것은 특별한 이슈와 정책 없이 ‘조용한 선거’로 치러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 17대 총선은 현직 대통령 탄핵 직후 드라마틱한 환경에서 치러져 그만큼 스타 정치인들이 많이 탄생했다.

박 전 대표는 특유의 돌파형으로 견제 야당을 만들어냈고, 추미애 전 의원은 ‘3보1배’라는 희생을 통해 대중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정동영 전 장관은 ‘몽골기병론’으로 과반을 만들어냈다. 노회찬 전 의원은 ‘불판 갈아보자’는 풍자로 일약 ‘진보 스타’로 떠올랐다.

김충남기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