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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의 3·24 여론조사 결과, 4·9 국회의원 총선거를 15일 앞두고 안정적인 국회 과반의석을 확보하겠다는 한나라당의 전략에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설익은 정책 남발, 장관 인선 파동 등에 이어 한나라당이 극심한 공천 갈등을 겪은 게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아직까지 한나라당은 통합민주당과의 정당 지지도 격차를 35%포인트 이상 유지하며 압도적 우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서울은 물론 텃밭인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에서까지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날 것 같았던 이번 총선이 중대한 판세 변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심장부에 켜진 적신호=한나라당이 민주당과의 정당 지지도 격차 36.4%포인트(한나라당 48.5%, 민주당 12.1%)라는 ‘숫자의 환상’에 안주할 수 없는 이유는 위기의 신호가 서울과 TK에서 들려오기 때문이다. TK가 한나라당의 심장이라면 서울은 대한민국의 심장이다. 위기 징후가 전체 총선 판도를 뒤바꿔버릴 수 있는 것이다.

우선 서울의 표심 변화가 눈에 띈다. 총선에서 정당만 놓고 볼 때 어느 당 후보를 찍을지를 물은 결과 ‘한나라당 후보’라는 응답이 45.8%, ‘민주당 후보’라는 응답이 15.9%로 29.9%포인트 차이가 났다. 그러나 서울에서는 ‘한나라당 후보’(40.5%)라는 응답과 ‘민주당 후보’(23.4%)라는 응답의 격차가 17.1%포인트에 불과했다. ‘창조한국당 후보’라는 응답은 8.1%였다. 창조한국당 지지층의 사표 방지 심리가 민주당 지지로 이어질 경우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박빙승부를 벌인다는 계산이 나온다. 안정론과 견제론에 대한 공감 여부를 물은 질문에서도 서울의 경우 ‘안정론 지지’가 49.4%, ‘견제론 지지’가 46.0%로 맞섰다. 전국평균으로는 ‘안정론 지지’가 50.7%, ‘견제론 지지’가 41.6%로 나왔다. 한나라당 공천에 대한 부정 평가도 58.3%로 전국평균(54.8%)보다 높았다. 공천 책임론에 휩싸인 이상득 국회부의장, 이재오 의원의 동반 불출마 요구도 60.3%에 달해 전국평균(54.2%)은 물론 광주·전라(57.8%)보다도 높았다.

TK의 정서도 심상찮다. 친(親)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계열 의원과 원외 인사들의 집단 탈당 및 독자 출마에 대한 공감 여부를 물은 결과 ‘공감한다’는 응답은 70.0%로, 전국평균(49.1%)을 압도했다. 박 전 대표의 공천 비판 발언에 대한 평가에서도 ‘할 말을 했다’는 응답이 67.7%로, 전국평균(58.7%)보다 크게 높았다. TK에서 무소속 돌풍 가능성을 예고한다.

◆과반의석 흔들리나=여권의 잇단 악재 돌출로 인해 한나라당의 총선 의석 전망도 날로 어두워지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어느 정도 의석을 얻을 것으로 보는지를 물은 결과 ‘과반의석 이상을 확보할 것’이라는 응답은 39.5%, ‘과반의석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응답은 37.4%로 나왔다. 지난 2·4 조사 때와 비교하면 ‘과반 확보’ 전망은 19.6%포인트(59.1%→39.5%) 내려간 반면, ‘과반 확보 불가’ 전망은 20.0%(17.4%→37.4%) 올라갔다. ‘과반 확보 불가’ 전망은 서울(41.6%)과 인천·경기(38.0%)에서 가장 높았고 PK(35.9%)에서도 만만찮았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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