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창전동 네모녀 살해·암매장 사건과 안양 초등학생 납치·살해사건 등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그동안 조용하던 사형제 존폐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사형수 23명에 대한 형을 집행한 이후 사형을 실시하지 않아(미집행 사형수 58명) 국제 앰네스티가 정한 사형제 실질 폐지국에 분류되어 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 기회에 사형제도를 법에서 삭제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사형제 폐지법안이 15·16·17대 국회에 계속해서 발의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사형제 폐지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대검찰청이 2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살인·강도 등 흉악사범은 2006년 7071명에서 지난해 7881명으로 11.4% 늘어났다. 이에 따라 최근 여론의 흐름도 사형제 존속으로 쏠리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1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응답자 500명 중 57%가 “사형제가 존속돼야 한다”고 답해 “폐지돼야 한다(22.2%)”는 주장보다 많았다. 특히 사형제를 찬성하는 응답은 2006년 9월 조사(45.1%)보다 12.1%포인트 가량 높아진 반면, 반대론(33.8%)은 11.6% 포인트 낮아졌다. 지난 20일 부산 경남정보대학이 신입생 23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7%인 2014명이 “극악무도한 살인자는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다음 아고라 등 인터넷 게시판에도 근래들어 사형제를 찬성하는 글이 하루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아이디 ‘조이폭스’는 “범죄인뿐 아니라 피해자의 인권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며 “엄정한 법집행으로 법치국가의 기틀을 세워야 한다”고 사형집행을 주장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최근 유영철 사건을 예로 들며 “21명의 아녀자들을 죽인 사람이 아직도 살아있다. 사형선고는 받았지만 사형집행이 안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사형제를 옹호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사회적 방어 차원에서 사형제는 사회 구성원의 생명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합리적 질서”며 “사형제를 통해 흉악범의 재범이 단절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여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희진 앰네스티 국장은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사형론이 대두되지만 이는 감정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사형제가 범죄율을 낮춘다는 근거도 없고 오히려 사람들을 폭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사형제폐지운동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상혁 변호사는 “사회적 이슈에 따라 여론은 달라지기 마련”이라며 “사형제 폐지는 단순히 사형수의 목숨을 살리자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존중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측 모두 나름대로 합당한 이론으로 무장하고 있어 의견의 접근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법무부 형사법제과의 이정현 검사는 “우리 정부는 범죄 억제력과 사회 방어력 차원에서 사형제를 채택하고 있다”며 “사형제도는 국가형사정책의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기 때문에 일시적 여론으로 존폐여부를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윤석만·박준희기자 sa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