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사진=정태호 ATLASPRESS

샛별’이라고 부르기에는 넘치고 ‘스타’라고 하기에는 조금 모자라다. 박한별(24)의 현재는 아마 그 중간의 어느 지점에 있을 듯하다. ‘여고괴담3-여우계단’의 토슈즈를 신은 예고생을 거쳐,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새침데기 ‘꽃다발’ 오유경, 활동을 시작한 이래 가장 극적인 사연의 여인을 선보일 ‘숙명’(감독 김해곤·20일 개봉)까지 열심히 달려왔다. 앞으로는 더욱 본격적이 될 듯 하다. 12일 오후 AM7에서 만난 박한별은 변화를 예고했다.

-이번에 맡은 ‘은영’은 기존에 해온 인물과 많이 다르다.

“그래서 자신감이 전혀 없었다. 촬영 전 미팅 때도 자신없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김해곤 감독이 내가 개인 블로그에 쓴 글들을 출력해와 ‘이런걸 쓸만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칭찬도 해주시고 자신감을 북돋아주었다. 인물 준비도 난감했는데, 감독이 항상 어떤 사람인지를 설명해줘서 해낼 수 있었다. 은영이는 참 허무하고 불쌍한 여자다. ”

-남자들의 의리와 운명을 그리는 작품에서 여배우는 공감을 못하거나 소외감을 느낄 수도 있을 듯하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기도 하고, 어렵고 조심스러운 면이 있었다. 또래나 여배우가 없어 대화할 상대도 없고 쉽게 끼어들지 못한다거나 그런 점 말이다. 하지만 우민(송승헌)의 삶이 변화하는 과정에 은영이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만큼 배제됐다는 생각은 안했다. 송승헌은 오빠같이 푸근하고 친절했고. 촬영장에서는‘친절한 승헌씨’로 불릴 정도로고맙게 해줬다. ‘여고괴담3’ 때는 여자 남자를 떠나 다들 또래였으니까 느낌이 편했다. 이번에는 좀 엄숙한 느낌, 어른이 된 느낌이랄까. ‘숙명’을 하기 전과 마음이 많이 달라진 것같다. 없던 자신감도 좀 생기고.”

-왜 자신감이 그렇게 없었는지.

“난 주눅이 잘드는 스타일이다. 절대 못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그래서 시나리오도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범위 안에서만 봐왔다. 아직 어렵고, 엄청난 자신감도 없지만 ‘숙명’이후에는 ‘그래도 하면 할 수 있겠지’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동안 맡은 역할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나보다.

“좀 답답했다. 사람들이 그렇게 보고 스스로 그렇게 갇히니까. 소극적이 되고, 평소에도 청순해야할 것 같고. (웃음) 사람들이 나에 대해 갖는 생각과 내 실제 성격은 차이가 있어 갑갑하더라.”

-‘꽃다발’ 이미지가 그런 것인가.

“그전 부터 미움은 많이 받았지만. ‘꽃다발’이 완전 ‘굳히기’였다. (웃음) 호박씨 깔 것 같다거나 여우짓 잘할 것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배역을 미워하는게 아니라 날 정말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억울하다. ”

-이번에는 답답함이 좀 해소됐나.

“은영이는 지금까지 한것과 많이 틀리기 때문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진짜 나와는 성격이 다르니까 진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럼 꼭 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

“ ‘환상의 커플’의 상실이(한예슬), ‘마이걸’의 주유린(이다해)처럼 망가질 수 있고, 꾸미지 않은 역할을 하고 싶다. 예뻐보일려고 노력 안해도 되는 인물. 촬영할 때 머리, 화장 안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연기 해보는게 소원이다.(웃음)”

-‘얼짱’이라는 수식이 아직 따라다닌다. 어떤가.

“좋다. 예전에는 싫었는데 이제는 너무 익숙하게 받아들여진다. 나름 자부심도 느낀다. (웃음) 내 이름으로 인터넷 검색하면 얼짱 관련 기사는 다 뜬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다. ”

-그건‘얼짱’을 대체할 강렬한 이미지가 없다는 얘기도 될 수 있다.

“그런가? 그런데 내가 (한)예슬 언니처럼 강한 캐릭터를 하고, 확 ‘뜬다’고 해도 ‘얼짱 출신’이라는 말이 따라 다니지 않을까? 아무튼 40대, 50대가 되도 따라다닐 말이라면 즐기는게 좋을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기 나름이지겠지만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전영선기자 azulid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