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모든 구조물이 617t의 나무로 짜여진 우든코스터인 T익스프레스. 낙하각도가 77도로 전세계 우든코스터 중 최고다. 하지만 실제 탑승해서 느껴본 체감낙하각도는 수직에 가깝다. 게다가 라이더(열차)에는 U자형 바 대신 안전벨트와 무릎을 누르는 바만 설치돼 있어 상체가 라이더 밖으로 모두 노출되는 탓에 추락의 공포는 더하다.

괴물이 온다. 두근두근, 심장이 뚝 떨어지는 최고의 ‘비명기계(Scream Machine)’가 온다. 터질 듯한 추락의 공포를 안고….

소문만 무성하던 에버랜드의 우든코스터 ‘T익스프레스’가 드디어 오는 14일 첫 운행을 시작한다. T익스프레스는 단순한 하나의 놀이기구가 아니다. 35년 전인 1973년 어린이대공원에 국내 최초로 들여온 ‘청룡열차’가 그저 탈것이 아니었듯…. 청룡열차는 1970년대 유년시절을 보낸 40대들에게는 추억을 환기하는 코드다. 너나없이 어려웠던 시절이던 1973년. 그해 5월5일 어린이날, 아이들은 놀이동산에서 이 땅에 처음 도착한 괴물 ‘청룡열차’를 만났다. 덜커덕거리며 체인을 감고 오르는 라이더가 정점에 서면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했다. 잠깐의 정지와 추락. 속도에 대한 긴장과 높이의 공포. 그야말로 열광적이었다.

청룡열차는 당시 롤러코스터를 대치하는 말로 받아들여졌고, 지금도 40대 이상은 롤러코스터보다 청룡열차라는 말이 더 익숙하다. 지금은 테마파크란 세련된 용어로 부르는 놀이공원도, 청룡열차란 이름으로 대체됐다. 롤러코스터를 탄 사람들은 “‘청룡열차’를 탔다”고 말했고, 놀이공원에 가자는 말은 “청룡열차 타러가자”는 말로 대신했던 것이다.

그리고 한 세대가 지났고, 이제 최강의 괴물이 등장했다. 거대한 T익스프레스는 흔히 우든코스터라고 불리는 목재 롤러코스터다. 낙하각도 77도에 순간 최고속도는 104㎞. 높이는 56m, 레일길이는 1.6㎞…. 이리저리 재봐도 우든코스터로는 아시아에서는 단연 최고 기록이다. 높이와 길이와 낙하각도는 높고, 길고, 또 급하다. 그만큼 고통과 공포는 한껏 강화됐다.

그 괴물이 지금 에버랜드에서 몸을 풀고 있다. 공식운행을 앞두고 레일 위를 으르렁거리며 달리는 시범 운행을 시작했다. 승객을 태운 라이더가 617t의 목재로 세워 쌓아올린 18층 아파트 꼭대기 높이로 올랐다. 정점에서 멈칫하는 순간, 곧바로 라이더가 추락했다. 낙하각도가 77도라지만, 눈으로 본 각도는 아예 90도에 가까웠다. 폭발적인 속도로 추락한 라이더는 이어 낙타등과 같은 목재 레일 위를 괴성을 지르며 오르내린다. 곡선구간에서는 나사선처럼 비틀린 레일을 따라돌며 전복될 듯 위태위태하다.

우든코스터가 특히 공포스러운 것은 그것이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대개 탑승자들은 단단한 철제로 이뤄진 롤러코스터에서는 안도감을 느끼지만, 온통 나무로 촘촘히 엮어진 구조물에서는 불안을 느끼게 마련이다. 나무를 믿지 못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사실 온도에 따라 수축 팽창하는 금속보다 고강도로 압축해서 만든 목재 롤러코스터의 레일이 훨씬 더 안전하다는 게 T익스프레스를 제작한 스위스 인타민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모두 부질없다. 첫 운행하는 라이더에 오르는 순간의 두방망이질하는 심장과 아찔한 추락의 공포를 다스리는 데 이런 설명쯤은 아무런 위안도 되지 않는다. 그나마 목이 터져라 질러대는 비명이 거꾸로 처박히며 느껴지는 엄청난 중력가속도를 견디는 데 위로가 될 뿐이다.

이제 T익스프레스는 갖가지 자극으로 강화된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의 놀이공원에서의 추억을 환기시킬 터다. T익스프레스의 엄청난 위용과 짜릿한 공포는 곧 당대의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이 공유하는 경험의 코드가 되리라. 되돌아보면 순진하고 소박했던 청룡열차를 기억하는 고리타분한 세대들로서는, 높이 솟은 목재구조물을 올려다보면서 갈수록 자극과 공포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 같아 걱정스럽긴 하지만….

글 =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
사진 = 김선규기자 ufo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