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 세정’을 공표한 한상률 국세청장이 11일 제너럴 일렉트릭(GE)의 ‘활력곡선’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관료사회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사실상 기업형 상시구조조정 시스템을 도입해 법으로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의 ‘철밥통’을 깨겠다는 의미여서 저항이 적지 않겠지만 공직사회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한 청장이 GE의 ‘활력곡선’을 전격 들고 나온 것은 기업의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 국세청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하위 10%에 대한 구조조정 발언은 국세청뿐 아니라 관료사회 전체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10일 기획재정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경제위기가 와도 공무원들은 월급이 나온다”는 발언과도 맥이 통하는 대목이다.

전군표 전 청장의 구속 이후 국세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손상된 점도 한 청장이 개혁에 강도를 높이는 이유로 꼽힌다. 특히 최근 불거져 나온 온갖 비리 사건에 국세청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개혁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으로 인식돼 왔다. 한 청장은 유임이 결정되자 곧바로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한 청장은 국세청 개혁에 기업의 경영기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기업의 경영기법은 무한경쟁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 끝에 나온 보석”이라고 평가하면서 “고객이 요구하는 가치창출을 위해서는 국세청도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관심과 역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세 불량률을 낮추기 위해 ‘6시그마’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청장은 “과세불량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과세불량률을 평가해서 현재 고지 1만 건당 70건 수준인 과세불량률을 2년내 절반으로 축소하고 장기적으로 6시그마(100만건당 3.4건의 불량품)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한 청장의 이같은 개혁에 대해 일부 불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겉으로는 전혀 표출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신뢰 상실에 따른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정도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활력곡선의 경우 구체적인 도입 방안이 결정되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며 “특히 상시 구조조정이 실제로 도입된다면 대상자 선정 기준을 둘러싼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직원들의 공감대를 얼마나 이끌어 내느냐가 이번 개혁이 성공할 수 있느냐의 관건”이라며 “한 청장의 의지가 확고하고, 사회적 분위기도 형성돼 있어 분명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출기자 equali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