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예술감독 오태석)은 오는 14일부터 23일까지 서울 남산 극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테러리스트 햄릿’을 무대에 올린다.

국립극단의 올해 첫 번째 무대이자 제 210회 정기공연으로 선보이는 ‘테러리스트 햄릿’은 지난해 11월 국립극단이 기획 시리즈 ‘세계명작무대’로 공연해 혁신적이고 감각적인 무대연출로 주목을 받았던 작품. 그동안 무수히 공연됐던 ‘햄릿’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독일 연출가 옌스-다니엘 헤르초크(44)의 현대적인 재해석이 돋보였었다. 이번 재공연을 위해 연출가 헤르초크가 다시 한번 내한해 국립극단과 호흡을 맞춘다.

1601년에 씌여진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부친을 잃고 어머니마저 숙부와 결혼해 버린 현실에 괴로워하며 우울증에 빠진 사색적인 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아버지의 죽음이 숙부의 음모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복수할 절호의 기회가 왔는데도 머뭇거리며 결행하지 못한 햄릿의 행동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쟁이 전개되기도 했다. 인간의 존재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말해준다는 철학적 진단에서부터 덴마크 왕자라는 신분에 초점을 맞춘 권력과 공인으로서의 문제, 햄릿과 그의 어머니와의 관계를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맥락에서 파악한 정신분석학적 해석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접근돼 왔다.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독일 만하임 국립극장의 예술감독으로 일했던 헤르초크는 연극과 오페라 연출로 독일 현대 연극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연출가. 그는 지난해 국내 공연에서 실험적인 무대연출과 현대적인 시각, 원전에 입각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치밀한 분석력, 배우들과의 뛰어난 호흡을 보여줬었다. 헤르초크는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추한 햄릿, 아름다운 햄릿, 낭만적인 햄릿 등 다양한 버전이 있었지만 이(자신의) 작품에서는 이런 햄릿의 단면을 모두 담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공연을 본 연극평론가 김미도(서울산업대 교수)씨는 “원작과 전혀 무관한 해석이 아니라 원작에 이미 내포돼 있는 해석의 여지들을 최대한 현대적으로, 폭력적으로, 원색적으로, 그리고 심리적으로 이끌어냈다”며 “어떤 ‘햄릿’보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가 노골적으로 관통하고 있으며 햄릿의 지성적인 면과 광적인 면을 장면마다 잘 구분하면서도 서로가 위배되지 않도록 표출해주었다”고 평가했다.

서상원씨가 햄릿 역을, 김재건씨와 남유선씨가 햄릿의 숙부인 클로디어스 왕과 어머니인 거트루드 왕비 역을 맡는 등 지난해 공연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거의 그대로 출연한다. 3만∼5만원. 평일 오후 7시30분, 토 오후 3시·7시30분, 일 오후 3시. 02-2280-4115∼6
최영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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