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및 중복게재, 5공화국 사회정화운동 참여 등 각종 의혹으로 야당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이번엔 딸(32·미국 국적)의 국민건강보험 무임승차 사실이 확인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건보재정 적자 문제를 풀어야 할 주무부처 장관 후보자가 건보재정 악화에 일조한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통합민주당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김 후보자 1명을 ‘부적격자’로 지목해 교체를 요구, 청와대 등 여권의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28일 국회 보건복지위 노웅래(통합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후보자 및 배우자, 직계비속의 국민건강보험 자격변동 및 보험료 납부명세’ 자료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딸은 지난 1986년 3월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했으며, 2000년 6월 한국 국적을 포기한 뒤로도 현재까지 8년째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 후보자가 딸의 국적 포기 후에도 주민등록을 말소하지 않고 건보 피부양자로 남겨둔 탓이다.

김 후보자의 딸은 지난 8년간 총 13차례에 걸쳐 국내에서 건보 피부양자 자격으로 진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과정에서 건보공단은 11만8854원을 부담했다. 김 후보자는 “딸이 한국 국적을 포기한 후 주민등록 말소 등 후속 조치를 직접해야 한다는 사실과 딸이 건강보험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건보공단 부담액을 전액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등 야당의 사퇴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는 29일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김 후보자는 이미 자진사퇴한 세 분(이춘호, 남주홍, 박은경 후보자) 보다도 훨씬 문제가 심각하다”며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김 후보자가 한국 국적을 포기한 딸에게 건보 혜택을 받은 사실이 나왔는데, (이는 김 후보자가) 건보 적자 문제를 책임져야 할 주무장관으로서 부적격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장관은 총리와 달리 국회 동의절차를 거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김 후보자 거취 문제의 키는 김 후보자 자신과 청와대 등 여권의 손에 쥐어져 있다. 한나라당은 “이미 3명의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만큼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후보자가 공식 임명되더라도 4·9 국회의원 총선거 등에서 두고두고 시비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권이 ‘또 다른 판단’을 할 여지는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남석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