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1일 종료돼 22일 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26일 본회의 표결만을 남겨두고 있으나, 한 후보자 인준 여부는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한 후보자는 당초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충분히 검증된 인물로 여겨졌다.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경력 과장 의혹, 부당 증여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통합민주당 등 야당들의 기류가 강경론으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이 막대한 부동산을 보유한 갑부들이라는 사실이 공개된 것도 한 후보자에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위원장 정세균 민주당 의원)는 22일 민주당-한나라당 간사단 회의와 청문특위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고 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 문제를 논의했다. 그러나 “한 나라의 재상에 오르기에는 도덕적 흠결이 많다”는 민주당측과 “경제 살리기, 자원 외교 등 새 정부 국정과제를 추진하기에 적임자”라는 한나라당측 입장이 정면충돌해 진통이 거듭됐다.

실제로 문화일보가 이날 청문특위 위원 13명 전원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송영길·민병두·김영주·서갑원·정장선 의원 등 민주당 소속의원 5명과 김낙성 자유선진당 의원이 ‘판단 유보’라고 답했다. 반면 서병수·공성진·김기현·박승환·이군현·박세환 의원 등 한나라당 소속의원 6명 전원은 ‘적격’ 판단을 내렸다. 정세균 민주당 의원은 위원장을 맡아 의견 표명을 하지 않았다. 정당 간 이견이 크지 않을 경우 청문특위는 통상 특위 전체 입장으로 ‘적격’, ‘부적격’ 의견을 채택해 경과보고서에 명시해왔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보고서에 기재할 구체적인 문구를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이 때문에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무기명투표로 진행될 인준표결 결과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우상호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15년 간 민주주의 정착 과정에서 형성된 공직자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유독 이명박 정부에서 후퇴시켜야 하는가 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며 “찬성, 반대 여부는 오는 26일 의원총회에서 결론내겠지만 현재로선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초 총선을 앞두고 ‘발목잡기’로 비칠 가능성을 고려했었지만, 장관 후보자들까지 집단적으로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휩싸이는 바람에 한 후보자에 대해서도 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밀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반면 한나라당측 청문위원인 공성진 의원은 “민주당측이 제기한 의혹은 그냥 의혹일 뿐 사실로 판명된 게 없다”고 반박했다.

오남석·김성훈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