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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배틀(Battle)’에 연연하지 않을 겁니다.”

비보이 세계에서 배틀은 서로의 춤 실력을 겨루는 대결을 뜻한다. 그 의미는 대결, 그 이상이다. 단순히 실력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서로의 신분과 서열이 가려지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비보이팀 ‘T.I.P’를 이끌고 있는 리더 황대균(29·사진)씨는 지난 1월31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T.I.P 연습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했다. 비보이가 배틀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격투기 선수가 대회에 나가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어 처음엔 의아했다. 더욱이 그가 이끌고 있는 팀은 지난해 10월 세계 4대 비보이 대회로 꼽히는 ‘UK비보이 챔피언십대회’에서 국내 단일팀으로서는 처음으로 우승한 팀이 아닌가.

“이제는 10년후를 준비하겠습니다. 더 이상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현재 한국비보이협회 부회장과 서울종합예술학교 스트리트학과 강사를 맡고 있는 그는 ‘난타’ ‘점프’ 등과 같은 공연의 성공을 지켜보면서 흥분했다고 한다. 비보이 공연이 연극, 뮤지컬 등과 같은 기존 공연의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공연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으리란 확신을 한 것이다. 그가 더 이상 승부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하는 데는 이 같은 뜻이 담겨 있었다.

“10년후엔 세계적인 공연을 만들 수 있는 연출자나 제작자가 되고 싶어요.”

황씨는 더 이상 안무가가 인생의 목표가 아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가수 흉내를 내면서 거리에서 춤을 배우기 시작한 후배들의 끓어오르는 열정을 살려 이를 당당한 공연산업으로 자리 잡도록 이끌어 주고 싶단다. 나이가 들다 보니 이제는 자신의 삶이 중요할 뿐 아니라 함께 활동하는 후배들의 인생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무가가 아닌, 제작자가 돼야 한다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수백석의 소규모 공연으로 시작하지만 하나 둘씩 성공시켜서 나중엔 정말 수출도 할 수 있는 세계적인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관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