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영어공교육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31일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도 화제는 단연 ‘영어’였다. 일부 인수위원들은 회의장에 들어서면서 “안녕하세요” 대신 “굿모닝(Good morning)”으로 인사말을 대신했고, 일부는 웃으며 “하우 아 유(How are you)”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영어에 능통해 ‘상종가’를 치고 있는 박진 외교통일안보분과위 간사는 “요즘 영어 때문에 참…”이라고 쑥스러워했다. 인수위 현관문에서 이 당선인을 기다리던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일각의 반발을 염두에 둔 듯 농담조로 “영어 안하겠다는 사람들(영어) 배우기만 해봐라”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이명박 대통령당선인이 도착해 승합차에서 내리자 “굿모닝”이라고 인사했고 이에 이 당선인은 웃으며 “굿모닝은 초등학교 1학년이 하는 영어 아니냐”면서 농담으로 응했다.

이 당선인도 이날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의 대부분을 영어 공교육 논란에 할애하며 ‘정당성’을 설파했다. 그가 이렇게 직접 ‘영어공교육활성화’를 위해 나선 것은 ‘영어공교육활성화 → 개인경쟁력강화 → 경제살리기(국가경쟁력강화)’라는 확신 때문이다. ‘경제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이 뒷받침돼야하고 그 핵심이 영어라는 것은 평소 그의 소신이다.

그가 이날 “외국을 다녀보면 다 알겠지만 영어를 어느 정도 하느냐에 따라 일자리가 다르고 소득에서도 차이가 난다”며 “영어를 잘 하는 나라 국민들이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나라보다 훨씬 잘 산다”고 밝힌 것도 이런 소신이 반영된 것이다.

그는 이어 “통상적으로 세계화시대에 국민들이 영어를 얼마나 잘 쓰느냐에 따라 국가와 개인이 차이가 나고 앞으로 더 그럴 것”이라며 “영어를 가르쳐야 하고, 이 현실을 받아들이고 총력을 기울여 자라나는 아이들이 세계를 향해 나아가고 그 중심에 갈 수 있게 만들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인이 ‘영어’에 초점을 맞춰온 것은 오래 됐다. 그는 시장으로 일하던 2003년 10월 서울시 공식문서라든지 국장급 이상 회의에서 영어를 한글과 같이 쓸 것을 주문하며 ‘영어상용화사업’을 추진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도 “서울시장일 때 외국에 투자유치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은 문서를 영어와 한글 두가지로 만들자고 했다.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국에 근무하는 직원은 주로 외국사람을 상대하니까 규정을 영어로 만들면 외국사람이 봐도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이날 ‘영어공교육 방안’이 정치쟁점화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영어를 가르치는 문제가 정치쟁점화되는 것은 반대한다. 정치쟁점화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인수위와 한나라당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섣부른 정책발표다”, “총선에서 ‘표’를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 사전 차단의 목적도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심은정기자 ejshim@munhwa.com